브라질로 다시 돌아오다

Day 34 리우, 브라질

by 시골쥐의 풀방구리

이과수의 거대한 물보라를 뒤로하고, 우리는 남미 여행의 마지막을 향해 날아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리우데자네이루. 치안이 안 좋기로 악명 높은 곳이라, 가족을 이끄는 내 마음은 솔직히 좀 긴장됐다. 남아공 사는 사람이 남미 치안을 걱정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겸손해야 하는 법이다.



<논문도비, 고향에 오다>

만반의 준비를 위해 숙소는 코파카바나 해변 바로 앞, 슈퍼호스트의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철저히 관광지 안에만 머물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복잡한 체크인 과정과 찜찜한 침구 상태는 이번 여행 최악의 숙소라는 불명예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뭐, 위치 하나 보고 온 곳이니 어쩔 수 없지.


꿀꿀한 기분을 달랠 겸, 우리는 집을 나섰다. 엄마는 쉬시겠다며 딸아이를 봐주셨고, 아빠와 남편, 나 셋이서 '포르투갈 왕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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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이 꽂힌 고서들, 섬세하게 장식된 서가,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는 부드러운 빛. 도서관은 소문대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내 마음은 요상하게 무거워졌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야 할 도서관, 다시 마주해야 할 지도교수. 아, 나의 논문…


"당신들도 논문 노예 도비인가요… 브라질의 도비들…"

구석에서 책을 읽는 이들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 나는, 고향에 온 듯한 마음에 15헤알짜리 팜플렛을 샀다. 부디 운영에 보탬이 되기를. 8년의 결혼 생활 동안 집보다 도서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우리 부부. 아빠가 찍어준 사진 속 우리는, 어딘가 모르게 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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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 저 멀리 수도교 위로 자그마한전차가 지나갔다. 아빠는 그 전차가 타보고 싶으신 것 같았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조사한 리우 관광정보엔 이 전차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아빠는 사진이라도 찍고 싶어하셔서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르셨다. 결과는, 으음… 절반의 성공이라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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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숙소, 논문 스트레스, 그리고 절반의 성공. 리우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소소하고 평범하게 흘러갔다. 내일은 리우의 랜드마크, 예수상을 보러 갈 것이다. 날씨가 좋기를, 그리고 오늘처럼만 평화롭기를. 그때의 나는, 내일 아침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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