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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Jan 05. 2024

캐나다에 온 뒤 생각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생각하는 대로 된다면 내가 품은 생각들은 모두 이루어졌어 야 한다.


한국에서 두 아이를 출산했을 때 나는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고 아기를 보러 갈 때도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었다. 퇴원 후에는 산후조리원으로 옮겨 수유하고 유축하는 것 외에는 차려준 밥을 먹고 마사지를 받으며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는데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했던가?


제왕절개 수술 후 처음에는 지지대를 잡고 몇 발짝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의사가 하루 만에 퇴원을 시켜 줄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좀 더 자연스럽게 걷도록 노력했고 내 몸은 점점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집과 병원을 오가며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시간에 맞춰 모유수유를 하였고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아기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캥거루 케어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의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캐나다 무상의료 덕에 병원비를 내지 않는 이곳 사람들은 아기를 일반병동으로 옮겨달라고 애원하는 우리 부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지인의 부탁에는 흔쾌히 응해도 정작 나는 부탁하는 말조차 쉽게 꺼내지 못하는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의사에게 진심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내가 처해보지 않은 상황,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은 나의 행동의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관념들을 하나 둘 놓아버리도록 이끌었다.


그동안 성공과 더 많은 물질적 부를 원했고 그것을 이룬 사람들에 대해서 항상 더 많은 것들을 알기 원했다. 한편 그와 반대되는 사람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는데 내가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외면했던 타인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도 느껴졌다.


나는 이전보다 겸손 해졌고 이타적으로 되어갔다.


나는 아기가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하루 내지 이틀정도 있게 될 거라 생각했었다. 아기가 입원한 다음날 의사에게 일반병동으로 옮길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아직 안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또 다음날이 되었을 때 오늘은 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물어보았지만 여전히 안된다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생각하는 대로 된다는 말이 맞을까? 아니면 삶은 뜻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까?


한국에서의 삶이 앞선 문장을 반영한다면 캐나다에서의 삶은 전적으로 후자에 속했다.


이 나라에 온 뒤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그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캐나다에 온 것이 잘못된 결정인 양 느껴졌고 막바지에 큰 사건들이 연달아 닥쳤을 때 잘못된 결정으로 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가혹해야만 했을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면 내가 품은 생각들은 모두 이루어졌어 야 한다. 내가 뭐 그렇게 이루기 어려운 생각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첫째와 둘째 모두 예정일보다 늦게 자연분만으로 낳았으니 셋째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그렇게 과한 해석이었나? 굳이 모든 상황이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로 일어났어야 했는지 말이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 들어가면 병원비가 하루에 천만 원씩 올라가는데 하루속히 일반병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해달라고 얼마나 간절히 바랐겠는가!


그런데 왜 간절한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 말이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을 때 저항하지 말고 내려놓으라는 책 속 문장이 얼핏 머릿속을 스쳐 가기는 했다.


하지만 의사의 말 한마디에 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내려놓고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가당 키나 한 조언인지 의문이 들었다.


삶은 반복되는 상황을 통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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