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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Dec 29. 2023

출산했는데 식빵 한 조각과 아메리카노 커피가 나왔다.

나는 먼저 모자동실로 옮겨져 아기를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출산 후 첫 식사가 도착했는데 식빵 한 조각과 아메리카노 커피가 놓여있었다. 음식을 보자마자 나와 남편은 동시에 마주 보고 웃었는데 병원에 온 뒤로 우리가 처음 미소 지은 날이었다.


출산 후에는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는 문화적 관념을 비롯하여 사람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관념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관념에서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고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이 캐나다로 바뀌었다는 건 문화적으로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내가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건 기존 생활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 환경은 작든, 크든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데 내 마음대로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관념을 설정하고 틀에 가둬버리면 모든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삶을 굉장히 힘들게 사는 방식이며 때론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첫째와 둘째를 자연분만으로 낳았으니 셋째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거나 두 아이를 유도분만 했다고 해서 셋째도 예정일보다 늦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병원비가 많이 나올 것에 대한 걱정 때문에 내게 유리한 대로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


내가 생각을 조금만 유연하게 했어도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렇게 큰 충격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념에서 유연한 만큼 일어난 결과와 예상과의 차이도 좁혀지며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은 나를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 준다.


하지만 우리는 관념을 바꾸기가 어렵고 괜찮다는 마음가짐조차 갖기가 힘든데 그게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나는 책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였는지는 몰라도 여전히 기존의 관념에서 비롯된 행동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삶은 이제 내가 행동을 바꿀 때라고 느꼈는지 나를 다시 한번 강력한 상황으로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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