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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니 Dec 31. 2023

3대의 구급차 행렬과 캐나다 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

지인이 보내준 뜨끈한 밥과 미역국 덕분에 식빵과 커피는 남편 차지가 되었고 우리 부부는 이제야 한시름 놓은 듯 식사를 하게 되었다. 2kg에 불과한 아기가 긴 시간 잘 버텨내었고 눈, 코, 입 그리고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온전히 태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라 생각했다.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의사가 들어왔다. 


마치 우리 부부에게 식사할 시간만큼만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허용한 듯 곧이어 또 다른 상황이 이어졌다. 


의사는 아기가 현재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있는데 산소 호흡이 부족하여 이를 치료할 인큐베이터가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도저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저항하려는 힘이나 내 뜻대로 하려는 의지는 점점 힘을 잃어가는 듯 나는 일어나는 일들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운전을 하다가 앰뷸런스 소리가 들리면 차들은 일제히 한쪽으로 비켜서 주행을 멈춘다. 확보된 도로로 구급차가 빠르게 지나가고 나면 다시 주행을 시행하는데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다른 차들을 보며 우왕좌왕했으나 이제는 멀리 들리는 앰뷸런스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방향을 파악하고 준비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그날은 다른 차들이 우리를 위해 길을 비켜주었을 것이다. 무려 3대의 차가 나란히 도로를 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맨 앞에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실은 구급차, 그 뒤에는 나를 태운 구급차 그리고 맨 뒤에 남편의 차가 New Westminster에 있는 Royal Columbian 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얼마 뒤 구급차가 멈추었고 나는 병원 건물로 옮겨졌는데 들것에 실린 내 얼굴 위로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기는 신생아집중치료실로 나는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남편은 접수처에 들른 후 나에게 왔는데 남편의 표정에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입원하면 병원비가 하루에 1,000만 원씩 나가는데 여기에 별도로 의사의 진료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그에 비하면 내가 입원한 일반 병실 300만 원과 병원에 오느라 탔던 2대의 구급차 비용 100만 원은 이제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 부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지불해야 할 비용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게임을 할 때처럼 파산신청을 하고 다 끝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완전히 주저앉는 모습을 보려고 작정한 듯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날이 밝았다. 창문으로 햇살이 비치고 여느 때처럼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희망 없이 하루를 살아간다는 게 이런 심정이겠구나’ 하고 느꼈다. 


내가 열정적으로 살 때가 떠올랐는데 그때 나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했다. 겉으로 저렇게 멀쩡한데 무어라도 해서 살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왜 저렇게 무기력하게 있는지 말이다.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내 멋대로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잠시 후 간호사가 아침식사와 진통제를 가지고 왔다. 수술한 부위가 아프면 약을 먹으라고 했지만 외부 상황에 빠져 내 몸의 감각은 이미 뒷전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사람은 최소한 48시간을 병원에 머문 뒤 퇴원을 해야 하는데 나는 단 1분도 편하게 누워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의사가 회진을 할 때 상황을 설명하고 하루 일찍 퇴원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중국인 의사는 나에게 진료비용 60만 원을 청구하고 하루 일찍 내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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