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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Feb 13. 2024

[수필] 우리 모두에게는 '아무튼'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시리즈>,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뒤에는 어떤 느낌의 단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까요? '아무튼'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이라고 나옵니다. 즉, '아무튼'은 지금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을 지니는 것이지요. 그렇게 놓고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뒤에 이어질 말의 의미는 긍정적인 느낌이 떠오릅니다. 일은 다 못했지만, '아무튼 퇴근!'일 수도 있고요. 음식을 잘 못하지만 '아무튼 식도락!'일 수도 있지요. 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도전!'일 수도 있겠네요.


시작하자마자 아무튼을 외쳐댄 이유는 처음으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이 바로 '아무튼 시리즈'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라는 세 곳의 출판사가 협업하여 출간하는 시리즈물입니다. 이 시리즈물의 기치는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즉, 나에게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한 가지에 대한 깊은 이야기예요.


아무튼 술, 아무튼 비건, 아무튼 요가, 아무튼 잠, 아무튼 술집, 아무튼 양말, 아무튼 노래, 아무튼 인기가요, 아무튼 여름, 아무튼 연필, 아무튼 타투, 아무튼 후드티,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언니, 아무튼 등산, 아무튼 당근마켓, 아무튼 친구 등……. 벌써 60권이 넘은 아무튼 시리즈가 출간되었어요.(가장 최근 작이 61번째, <아무튼 영양제>이네요.) 누군가는 양말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솟고, 누군가는 한 잔의 맛있는 술로 지난한 날들을 버티며, 누군가는 인기가요의 순위차트를 확인하는 것으로 삶의 즐거움을 찾습니다. 누군가는 곁에 있는 언니들을 통해 고난을 이기고 연대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며, 누군가는 목욕탕에 가는 것으로 삶의 온기를 채우기도 하지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위로하고 생의 기쁨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진솔하고 따스해요.     


40여 편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기에, 재밌게 읽은 2편을 골라 소개하려고 해요. ‘아무튼 술’과 ‘아무튼 잠’입니다. 술과 잠, 두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생각만 해도 좋은’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저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무릎을 쳤거든요! ‘이거지. 바로! 기쁨이자 즐거움!’


저는 술을 좋아합니다.(이제 나이를 먹어서인지 자주 마시지는 못합니다만.) 그중에서도 맑고 깨끗한 소주를 좋아해요. (갑작스러운 술밍아웃) 맥주는 배가 불러서 싫고, 막걸리는 뒤끝이 불편합니다. 와인은 어쩐지 너무 고급스럽게 느껴지고, 보드카는 너무 독해요. 양주는, 맛이 없습니다. 단맛과 쓴맛의 절묘한 조화, 몇 잔만으로도 취기가 도는 소주가 그야말로 취향 저격입니다. 사는 게 팍팍하다 못해, 퍽퍽한 기분이 드는 날이면, 소주 한 잔에 회 한 점, 소주 한 잔에 삼겹살 한 젓가락을 생각합니다. 그럼 ‘그래. 인생 별 건가. 이렇게 한 잔 술과 함께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지!’라는 용기가 샘솟아요. 그런데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하진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술자리도 많이 사라졌고, 이런 이야기에 공감해 줄 만한 친구들도 많이 줄었거든요.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왠지 민망하기도 했어요. 그랬는데 ‘아무튼 술’이라뇨! ‘아, 이건 정말 내 마음인데?’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술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작가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끼기까지 했어요.


저는 예민하고 걱정 많은 성격 탓에 깊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해요. 취업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던 때에는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시로 가위에 눌리기도 했어요. 악몽은 매일 밤 얹어지는 덤이었고요. 그런데도 잠을 하찮게 여겼던 것은 ‘죽으면 실컷 잘 수 있다’라는 익숙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잠을 줄여서 공부하고 일하는 게 당연시되는 문화 속에서, 잠을 적게 자는 것은 부지런함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아무튼 잠’을 읽으며, 깊이 잘 자고 일어났을 때의 개운함, 그것이 바로 살아있다는 감각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잠을 희생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에 숨은 폭력성도 확인했고요. ‘죽은 뒤의 휴식은 잠이 아니다. 다음 날 다시 온전한 나로 돌아오는 걸 잠이라고 한다!’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아무튼 시리즈를 활용하여 고등학생들과 수필 쓰기 수업을 했었는데요. 학생들의 원픽!이 바로 '아무튼 잠'이었답니다.)


저는 이 시리즈물을 읽으며 제 삶 속에 생각보다 많은 아무튼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덕분에 삶이 구차한 순간에도 나락으로 치닫지 않고,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구나 생각했지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무튼 시리즈의 저자가 되고 싶다는 원대한 열망을 품어봅니다. ^^)


여러분에게는 ‘생각만 해도 좋은 아무튼!’이 있나요?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어, 힘들고 버거운 시간을 버티는 힘이 되는 ‘아무튼’이요. 당장 떠오르는 게 없으시다면, 아무튼 시리즈의 수많은 ‘아무튼!’ 중에서 마음에 꼭 맞는 ‘아무튼!’을 만나게 되시기를 바라요. 그래도 없다면?! 여러분만의 ‘아무튼!’을 발견하시어 깊고 진한 이야기를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다음 주에는 어쩌면 조금 낯설, '청소년 소설'로 돌아올게요! 청소년 소설이 유치할 거라 생각하셨던 분들은, 그런 생각이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갈 만한 매력적인 청소년 소설을 만나게 되시리라 확신합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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