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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pr 23. 2024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참 괜찮은 태도(박지현),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

요즘 들어 ‘태도’에 관한 고민이 깊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마음가짐에 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태도로 생의 순간들을 맞이해야 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삼십 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치우기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일들-이를테면 입시, 취업, 결혼 등-이 미션처럼 계속 주어졌고, 그 일들을 무사히 해결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했습니다.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에는 너무도 바쁜 날들이었어요. 아마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니겠지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삼십 대는 대체로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을까 해요.


삼십 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이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사라진 자리에 ‘이 일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까’라는 새로운 고민이 싹텄어요.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 아니었습니다. 인문학 책을 찾아 읽고, 좋은 강연도 들었어요. 덕분에 조금씩 저만의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소개해드릴 책은 그러한 과정에서 만나게 된 책들입니다.

‘참 괜찮은 태도(박지현)’는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 퀴즈)’과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의 디렉터가 쓴 책입니다. ‘유 퀴즈’와 ‘다큐 3일’은 모두 누군가의 인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에요. ‘유 퀴즈’가 대화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풀어낸다면, ‘다큐 3일’은 3일 동안 누군가의 인생을 영상으로 따라가며 보여줍니다. 두 프로그램의 디렉터였던 저자는 ‘참 괜찮은 태도’라는 책에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만났던 여러 인물의 살아 있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저자가 만난 인물들은 ‘참 괜찮은 태도’를 지닌 인물들이에요. 그렇다면 ‘참 괜찮은 태도’는 어떤 태도일까요?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말기 암 환자들은 시간이 죽음을 향해 가더라도, 오늘의 행복을 발견하고 오늘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연탄 배달을 하는 노부부는 이렇게라도 노동을 할 수 있음에, 부부가 함께 하는 일상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헌혈의 집에서 만난 이들은 그저 잠깐의 시간을 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특별할 것 없는 이유로 자신의 피와 시간을 내어줍니다. 섬에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저자의 눈에 사소하게 보이는 일에도 크게 웃고 한껏 즐거워합니다. ‘참 괜찮은 태도’는 결국 그런 것 같아요.


“많이 웃고 충분히 사랑하는 것, 현재의 삶에 충실한 것, 주변의 삶을 돌아보는 것, 세상의 일에 귀를 기울이는 것.”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은 마흔셋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정신분석 전문의의 에세이입니다. 의사로서 누군가의 병을 진단하던 저자는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어 희망을 잃고 불행에 몸부림쳤다고 해요.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억울하고, 세상이 모두 밉고 원망스러웠다고요. 그러던 중에 불현듯 깨달은 것은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사실이었어요. 주저앉은 몸과 마음을 일으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시작하며, 그가 한 다짐이 있습니다. ‘어차피 사는 거 재밌게 살자!’였어요.


재밌게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여기서 말하는 ‘재미’가 단순히 육체적 쾌락이나, 유흥에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저자가 말하는 ‘재미’는 ‘의미’에 가까웠어요.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더 이상 숙제처럼 꾸역꾸역 생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파킨슨병은 분명한 불행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불행의 테두리에 가두지 않았어요. 더 많이 사랑하고, 실패에 쉽게 좌절하지 않으며,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마음에 집중했어요. 그렇게 병에 걸리기 이전보다 더 의미 있는 시간을 살아냈습니다. 그가 책을 통해 보여준 의미 있는 삶의 태도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한 걸음이라도 내디뎌볼 것, 오늘을 감사하고 매일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갈 것, 너무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할 것’이었어요.


두 책을 통해 본 삶의 태도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어쩌면 너무 뻔한 이야기지요. 전래동화의 교훈이 언제나 권선징악인 것처럼, 어떤 책에서든 괜찮은 삶의 태도라 말하는 것들은 모두 비슷합니다. ‘오늘을 살아라, 바로 지금의 행복을 소중히 여겨라, 시도하고 도전하라, 너무 애쓰지 말고 실패에 쉽게 좌절하지도 말아라.’ 이토록 뻔한 이야기가 쓰이고 또 쓰이며 읽히고 또 읽히는 이유는, 이 뻔한 일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의 반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봄의 끝자락에 다다른 지금, 두 권의 책을 통해 여러분만의 답안지를 작성해 보시는 건 어떨까,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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