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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Jan 08. 2020

전업주부 연봉 1억?

아빠도 잘할 수 있어요!!

내가 사회활동을 통해서 받는 연봉은 나의 일에 대한 객관적 가치를 알려준다. 내가 제공한 재화나 서비스 또는 노동력에 대한 가치가 산술적으로 얼마 정도 되는지를 알려준다. 분명 그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 아래에서 작용되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만큼 객관적으로 측정 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없는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연봉에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객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육아와 집안일은 도대체 얼마의 가치로 산정해야 할까?


연봉 3-5천 정도의 일반 회사원이 하는 육아와, 연봉 1억에 가까운 변호사나 의사 등이 하는 육아와 그 이상의 연봉을 버는 사장들 혹은 투자자들이 하는 육아를 생각해 본다.

분명 그들이 사회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너무나 다르고 대우 역시 다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인 위치에서 자신을 평가하거나 객관화한다.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육아를 하면 얼마의 보수를 줘야 할까?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육아를 하면 얼마의 보수를 줘야 할까?



첫째 아들 녀석이 오므라이스를 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했는데, 이제야 해주게 되었다.

사실 나는 요리를 배워본 적이 없다. 그리고 자취할 때 몇 개의 기본적인 요리를 했지만 결혼 후 요리를 잘하는 아내를 만났다는 핑계로 요리를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경상도중의 경상도 남자여서 사실상 부엌일이 나에게는 큰 산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계속 도망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최근에 한두 개씩 요리를 도전하고 섭렵해나가고 있다.


다행히 아들의 평가는 "맛있어요!"다.

그래, 어른들에게 대접할 요리실력은 못되지만, 아이들에게는 큰 무리가 없나 보다.

이 요리 실력을 가지고 가게를 오픈한다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이 요리실력에 대한 보수는 0원이 아닌, 마이너스다.

다행히 집에서는 이 요리실력에 대한 보수는 0원이지만, 아이들의 칭찬이 있다.


사회에서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 노동력을 통해서 받는 보수가 있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 서비스나 노동력이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는 다재다능한 실력을 요구하지만(빨래, 집안일, 정리, 아이들 돌보기, 짜증 참기, 자질구레 한일 하기, 아이들 뒤치다꺼리, 아내와 다툼 해결하기,  스스로 자존감 떨어지는  해결하기 등등)

그러한 실력을 키운다고 하여 누군가가 나에게 보수를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실력을 배울 수 있는 마땅한 교육기관도 없다.

오로지 자기가 자라왔던 과거의 집안 경험과 아내 또는 남편을 통해서,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배울 뿐이다. 책을 통해서도 배우기에는 한계가 많은 영역이 집안일이다.




내가 제공하는 노동력에 대한 대가 선정도 어렵고, 그리고 그 노동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배울 수 있는 기관도 없는 끝없이 미로 같은 이 깊은 터널의 영역에 대한 가치를 산정해보면 얼마 정도 할까?


경험적으로 확신하건대, 이 일은 그 누구도 칭찬이나 격려가 없고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 정말 많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보수가 즉각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아니 사실 보수는 즉각적으로 주어진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그 기쁨이 즉각적인 보수인데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이러한 보수는 왠지 낯설다.


나는 최소한 집안일과 육아에 대한 가치를 연봉 1억 이상은 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한 연봉으로 가치를 산정하기에는 무엇인가 찜찜함이 내 양심을 건드린다. 집안일과 육아를 연봉으로 환산하려는 순간, 더 높은 가치에 있는 것들을 수준 낮은 돈의 가치로 환산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육아와 살림같이 인간적이면서 삶의 고귀한 영역을 돈으로 엮어버리기는 싫다.


그래도 연봉으로 환산해야 한다면?

최소 1억은 줘야 억울하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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