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엄마와 거리를 두면서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내가 엄마를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엄마는 다른 방법으로 나에게 다가오려고 애썼다. 어김없이 목요일이나 금요일이 오면 이번 주말은 만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내가 거절해도 별 방법으로 우리 집에 주말 중 한 번은 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같았다.
애들 옷을 샀다면서 옷을 주러 와야 한다고 연락하기도 했고 부탁하지도 않은 반찬을 다른 사람을 통해했다면서 싸들고 오기도 했다. 나도 돈이 아까워서 잘 안 사는 아이들의 브랜드 옷을 팍팍 사 오는 엄마와 매번 돈 없다고 한탄하는 아빠를 보면 고맙기는커녕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엄마는 내가 아무리 거절하고 싫은 내색을 온몸으로 표현해도 귀를 막았다. 엄마에게 내 의견과 기분 따위는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기에 본인이 애들 옷을 하나라도 사놨으면 그 옷을 하루라도 빨리 아니, 지금 당장 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으니까. 길을 가다가 손녀딸이 생각나서 머리핀을 샀다고 한다. 우리 딸은 머리핀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에게 손녀딸이 머리핀을 안 하는 건 관심 밖의 일이다. 다음에도 또 머리핀을 사 오기에. 아무리 거절해도 거절을 거절하는 엄마를 대할 때마다 답답함이 느껴졌고 내가 만나기를 거부하면 문자 폭탄에 아빠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만나려고 하는 엄마한테 나는 정말 질려버렸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서 나는 무력함을 느꼈고 최후의 수단으로 엄마의 연락처를 차단하기로 했다.
나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아빠도 그렇게 하라고 했고 엄마는 처음에는 기분 나쁘다며 저주를 퍼부었다가 사과했다가 결국 수긍했다. 그렇게 처음 엄마의 연락처를 차단을 하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이제 나의 핸드폰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비로소 어떤 해방감을 느꼈다. 더는 야심한 밤이나 새벽에 엄마의 전화나 문자 폭탄이 안 오니 살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에 아무런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없다는 게 이렇게 평온한 일이라니...
그런 하루를 맞이하니 내 감정도 안정되어 가고 내 삶이 오로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감정이 더는 나의 감정을 해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서안정되어 갈 때쯤 어찌하다가 이제는 엄마의 연락처 차단을 풀기로 했고 그리고 위와 같은 일은 다시 또 반복되었다.
엄마는 여전히 나를 침범했고 나는 이제 참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엄마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리고 아빠의 간절한 부탁에 또다시 차단을 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