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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n 11. 2024

묵직한 독서 뒤엔 공허함

감동은 상대적인 걸지도

  출근 후 기력이 빠져나가는 듯 공허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해야 할 것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이것은 좋은 하루의 큰 위기다. 의문을 품는 순간 허무감은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그렇다고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거다. 아무리 피곤해도 기력이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기 대문이다. 아마 책 때문인 거 같다.


  예전에 <레미제라블>을 읽고 난 뒤 이런 느낌을 받았다. 꽤나 열심히 읽었고 마지막 장면이 너무 강렬해서 책을 덮는 순간 다른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읽은 다음 책은 혹평을 하고야 말았다.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것을 읽어 그럴 거다.



  그다음은 <나의 투쟁>이었다. 근데 사실 연이어 읽은 <프랑켄슈타인> 때문일 수도 있다. 둘은 함께 읽었는데도 감동이 줄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압도적인 피곤함이 몰려왔다. 나도 세뇌당하는 거 아니야? 라며 읽기 시작한 <나의 투쟁>은 생각보다 그럴싸하게 읽긴 했다. 하지만 히틀러 본인도 말하듯이 선동은 말로 하는 것이고 선동된 사람에게 더 깊이 있는 얘기를 하기 위해 글이 존재했다. 글 만으로는 세뇌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휘몰아치는 말과 몸짓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은 감동적이었다.


  명작이라고 회자되는 책들을 읽으면 언제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책 들 사이에서는 조금 잘 쓰였다고 생각되는 책마저 허접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서의 기쁨이 반감되는 기분이다. 그래서 한때는 고전만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을 얘기하는 책도 읽어야 한다고 결론 내었다(고전이라고 다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험은 계속 찾아올 거다. 이런 감정은 또 힘들 때 잘 찾아온다. 그저 충분히 즐기고 여운을 다 느끼고 나서 다음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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