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방관아빠 무스 Mar 26. 2022

다시 봄~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19)

   요란했던 어제의 봄비가 그치고 오늘은 완연한 봄날이다. 산수유 꽃과 개나리, 목련은 만개했고 벚꽃이 호시탐탐 때를(?) 노리고 있다. 이번 비가 오고 나면 다음 주에는 여러 곳곳에서 한 번에 피어나 장관을 이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겨우내 비가 오지 않아서 골머리를 썩히던 겨울 가뭄도 이 봄비로 한 번에 해갈될 것 같다. 그러면 지난겨울, 산불로 몸살을 앓았던 우리 산야가 이제는 거기에서 벗어나 푸르고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색동옷 입은 아기마냥 아장아장 우리에게 다가올 것만 같다.


올 첫 선발대? 척후병?~ㅋ^^


   지난 겨울, 소방관들을 괴롭히던 산불과 각종 화재로부터 벗어나 소방관들도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 왔다. 따뜻해진 날씨만큼이나 소방관들의 마음도 풀리는 봄이 온 것이다. 이제부터는 야간에 출동해도 추워서 몸이 얼어붙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싸늘한 강풍 속에서 산불과 맞서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물론 더 많은 훈련과 재정비의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화재 출동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소방관들의 마음은 봄날 벚꽃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여유로워진다.


(박영준 소방관-화재 선박 진압 후)


   아무리 예전보다 겨울철 화재가 줄어들고 여름철 인명구조나 폭우 폭염 등 자연재난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겨울을 지낸 소방관의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제 울릴지 모르는 비상벨의 긴장감을 한시름 놓게 되는 것도 이 시기이다. 봄이 오는 이맘 때의 기분은 큰 화재를 진압하고 나서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퇴근할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특히나 봄비가 오고 꽃들이 연달아 만개하는 요즘 같은 시기는 소방관들의 마음을 한때나마 녹여주는 시기이다. 지금부터 사월 초파일까지의 날들은 산불과 화재도 뜸하고 아직 폭우나 태풍의 소식도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라도 있어야 그나마 계속된 긴장에서 벗어나 즐겁게 근무할 수도 있고, 비번날 가족들과 어딘가 놀러 가게 되어도 비상소집의 염려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계속되는 코로나 시기에 어딘가 놀러 간다는 자체도 어렵긴 하다.-  


우리 집 뒷산 초입에 수줍게 고개 내민 개나리


   하지만 마음만을 그렇다는 얘기다. 작년과 재작년 내내 우리를 괴롭히던 코로나도 여전히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우리의 일상을 방해하고 있지만 봄이 와서 그런지 우리의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진다.


   '올해는 코로나 시대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이 마음 한구석에 봄에 틔운 새싹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부네치아'에도 봄바람이~

   

   다시 봄, 사계절을 돌아 다시 봄이 찾아왔다. 이 봄에는 무엇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다시 와 준 봄이 너무 반가워 소방관의 발걸음도 가볍다. 부디 어렵게 온 이 봄이 쉽사리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한참이나 오래 머물다 싫증 날 때가 되면 겨우 보낼 수 있게 되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떨어진 동백꽃에서 지난겨울을 추억해 본다.



   


이전 01화 불조심 강조의 달과 소방의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