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직원이다.

by 팔이년생청자켓

오늘 새벽에도 열심히 칼국수와 만두피를 만들고 왔다. 사장님이 한동안 보이지 않아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안했었는데 오늘은 공장에 들어서기 전, 안에서 사장님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사업을 30년 동안 해온 사장님의 눈에는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기 위해 한창 업무를 익히고 있는 제대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아들과 나를 포함한 신입직원 2명의 일거수일투족은 분명 잔소리 거리로 가득할 것이다. 다시 이등병이 된 이 쫄깃한 느낌. 아무리 괜찮으려고 해봐도 사실 괜찮진 않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멘탈게임이다.(내가 학생들을 족칠 때도 아이들이 이런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그래도 어쩔텐가. 그만둘 수도 그만둬서도 안 된다. 악착같이 버텨내야 한다. 속으로 ‘오늘은 털리지 말자’ 다짐하며 공장문을 열고 사장님께 밝게 인사를 건네본다. 사장님도 싱긋 웃으며 나를 맞이해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씩 털리기 시작한다. 평소엔 괜찮게 해냈던 일인 것 같은데 사장 앞에선 유난히 뚝딱거린다. 답답한 마음에 미간이 찡그려지고 고개가 내저어진다. 그래도 뭐 별수는 없다. 털리면서 또 배우는 거지. 그래도 식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라 마스크를 늘 착용하고 있어야 해서 다행이다. 표정관리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털리면 털리자. 털리고 털어내자. 부정하거나 담아두지 말자. 수많은 ‘죄송합니다’ 후에는 분명 나아져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이등병 시절'도 꽤나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어있을 것이다. ‘아프니까 직원이다.’(아프니까 사장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학생이다. 대한민국에 안 아픈 사람 손 좀 들어봐주길. 힘내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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