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24년 12월 기준) 내년이 되면 4년 차에 접어든다. 시작은 이랬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국어학원장님께서 본인은 이제 은퇴하고 여행이나 다니려 한다며 자신의 학원을 이어 영어학원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과목이 달라 원생들을 이어줄 순 없지만 학원으로 풀-셋팅 되어있으니 시설비 1백만원만 받겠다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그때 한창 학원을 오픈하려고 부동산 발품을 팔고 있던 터였고, 학원이 있는 빌딩의 건물주가 ‘지인찬스’로 월세를 올리지 않기로 한 것도 결정에 한몫 했다.) 그렇게 나의 1인 학원이 시작되었고 한 명 한 명 원생들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1인 학원이었기에 원생이 10명만 되어도 그럭저럭 먹고살만했다. 아내가 휴직을 한 기간에도 외벌이로 잘 버텨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잘 유지될 줄 알았던 학원이 올해 중순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명이라도 더 붙잡아야 할 판에 공부를 안 해서 내보내고, 시키는 대로 안 해서 내보내고, 요즘같은 세상은 대학이 필수가 아니라며 영어학원 다닐 돈으로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다른 분야에 투자하기를 권하기까지 했으니, 남들이 보면 학원을 운영할 생각이 있는가 싶었을 거다. 어느새 원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남았다.(그마저도 고3 한 명은 얼마 전 수능을 보고 ‘졸원’했고 내년엔 고3 세 명에 중2 한 명이 남는다.) 내년에 고3이 될 녀석들에게 “선생님이 돈이 안 되서 더 이상 학원을 할 수가 없구나.”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내년까지는 어떻게든 학원을 이어가보려 한다. 하지만 실은 그보다 딸아이의 한마디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엄마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아빠가 새벽에 일을 하러 다니고 또 다른 일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빠 이제 영어 안 가르쳐? 그럼 아빤 이제 선생님 아닌거야?”라고.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제 어디가서 “아빠는 뭐 하셔?”라는 질문에 당당히(뭐 그리 당당할 것도 없지만 애들이니까)“아빠는 영어선생님이세요.”라고 대답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질문일 테다. 아직은 어린 딸에게 현실을 얘기해줄 수는 없다. 이해시킬 자신도 없다. 그렇다고 딸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안 되는 일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내년 수능일을 학원폐업일로 정해두고 디데이를 설정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어떻게든 미래를 도모할 수 있으면서 딸의 체면도 살려줄 수 있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이 글의 끝에 기가 막힌 반전이 있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