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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엔에프제이 Dec 21. 2023

가장 좋아한 목걸이

하필 목포 가는 길에서 잃어버리다니

나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하나 있다.

스트레스 지수가 고속으로 올라갈 때마다 작은 액세서리를 하나씩 산다.

단골 가게에서 디자인을 고를 때 얼굴에 화색이 돌며 스트레스 지수가 절반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참 단순한 방법이지만 그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숨을 쉬어야 면역력이 생기지 않겠는가.


가끔 온몸에 힘이 빠져 팔다리가 파르르 떨릴 때가 있다.

캄캄한 암흙 속으로 빨려 가는 걸 느끼지만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다운되는 감정 또한 추스를 힘도 없다.

살포시 눈을 감자 코끝이 짜릿하게 아파온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이불 안에서 흐느껴 운다.


무엇을 인정받고 싶었을까.

어쩌면 흔하디 흔한 그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오글거리고 간지러워도 상대방의 눈빛 온도가 반응할 때까지 해 보기를.

쌓였던 설움이 외로움이 봄눈 녹듯 사라지는 날 곧 오리라.


살아온 어제와 살아갈 내일보다, 오늘에 서있는 나에게 위로의 선물을 하고 싶다.

큰맘 먹고 준비한 백이십만 원짜리 목걸이.

목걸이 착용만으로도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걸 마음이 반응하여 웃는다.

나는 점점 좋아진 기분으로 여행을 떠난다.

얼마 후 목포 가는 길 어디쯤에서 목의 허전함을 발견한다.


말도 안 돼.

가장 아끼고 좋아한 목걸이를 한순간에 잃어버리다니.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제발 내게로 돌아오기를 간절하게 빌고 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들 이미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거라 생각하니 허탈할 뿐이다.

다시 상승하는 스트레스와 우울 지수를 어찌하면 좋을까.

네모난 창문으로 지나가는 햇살이 내게 귀띔해 준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눔이라 생각하고 속 끓이지 말란다.

제기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생각할수록 여행 중 피로가 쌓일까 봐 수용하기로 한다.

오롯이 나를 위해 잊을 건 최대한 빠르게 잊어야 산다는 걸 안다.

목포에 도착한 후 민어의 거리에서 나의 허전한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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