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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엔에프제이 Dec 07. 2023

노란 드레스가 잘 어울린 여자

서울에서 만난 9월의 신부

9월의 햇살이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 주었다.

여행의 발길이 서울로 향하고 나는 강남의 어느 예식장으로 들어갔다.

생화의 향기로 가득한 신부 대기실에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신부의 미소를 보았다.

그 미소 속에서 신부가 살아온 삶의 일부가 보인 듯하여 나는 신부 곁에 머물렀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신부의 친구들과 지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영원하길 바라면서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주님, 오늘 결혼한 두 사람이 새롭게 출발하는 행복 열차에 탑승합니다.

먼저 서로 다른 환경에서 고집스럽게 사용하던 자기만의 독특한 습관들은 본가에 그대로 두고 오길 바라며, 무조건 새 마음으로 탑승해야 종점까지 무사히 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행복 열차는 급행열차가 아니므로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주변의 풍광을 여유롭게 즐기며 여행하듯 살게 하소서.

무엇보다 둘이 함께하는 삶의 여행에서 하차할 때까지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존중하고, 곁눈질로도 비난하지 말며, 전적으로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이 인정하는 행복한 부부가 되게 하소서.

마지막으로 일평생 사는 날 동안 신랑을 통해 신부가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고, 신부를 통해 신랑의 삶이 더 멋지게 빛나기를 기도합니다.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행진하던 신랑신부의 표정에 티 없이 맑은 햇살이 피어올랐다.

잘 살아보겠다는 약속과 함께 야무진 다짐도 담겨 있는 듯했다.  

잔치에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던 말이 뇌리에 행복한 울림으로 남았다.

신랑신부가 그늘 없이 활짝 웃는 걸 보니 왠지 잘 살 것 같아.

하객들도 다들 표정이 너무 좋고 편안하게 많이 웃는 거 같아.

지금까지 결혼식 많이 다녀봤는데 여기 음식이 제일 맛있었던 거 같아.

단독홀이라 분주하지 않고 깨끗하고 약간 고급지면서 세련된 느낌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


이윽고 나타난 신부의 이브닝드레스에 나는 반하고 말았다.

내 평생소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입고 싶었던 노란 드레스였다.

신부의 잘록한 허리와 대략 167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잘 어울려 더욱 돋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상하게 오늘의 신부에게서 많은 것이 스치고 지나갔다.

마음에 와닿은 것도 많았고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나는 구석진 자리에서 멍 때리며 노란 드레스 입은 여자를 한참 동안 사랑스럽게 훔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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