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엔에프제이 May 02. 2024

나에게 온 모란

웃음 친구가 되어 다오

작년 어느 날 아담한 정원에서 만난 너

애절하게 바라보던 눈빛을 외면한 채 돌아서는데

자꾸만 밟히는 무언가의 끌림

저만치 앞서간 발걸음이 멈칫거린다


부쩍 말수가 줄어든 빈 시간들에게 말동무나 되어줄까

인적이 드문 청계산 자락에 홀로 남겨두고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널 데려와선 다정하지 못했구나

친구처럼 매일 만나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겨우내 쓸쓸하지 않도록 솔잎 이불을 두 세 겹 덮어주던 날

괜스레 코끝이 찡하며 가슴이 울먹거린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봄날을 기다린 표정이 이기적이다


봄햇살이 노크하자 빼꼼히 내민 얼굴에 생기가 가득

도도하게 솟아오른 매혹적인 자태에 점점 빠져든 나

빨간 우체통이 준 기쁨보다 진한 감동의 선물

보잘것없는 나에게 웃음 친구가 되어 준 모란이 좋아


살아낸다, 오늘 주어진 또 하루의 삶을







이전 25화 피난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