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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엔에프제이 May 09. 2024

기죽지 말게

밥은 내가 살 테니

거시기.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했나.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그래서 말인데

누구나 무명시절은 있는 법이니까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아직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름 석자.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면 기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운빨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자책하거나 원망하진 말게.

생각해 보면 기회는 많다네.

하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는 현실이 지겨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

그렇더라도 깜깜한 밤이 피난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네.

잠깐의 힘듦은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임을 인정하고 그 시간을 곱씹어서 담아두지 말게.

이왕이면 이슬 머금은 들꽃처럼 밝은 표정으로 아침 햇살을 맞이하길 바라네.


거시기.

모처럼 생기 있는 발걸음으로 공원 산책 나가려는데 신발 타령은 하지 말게.

잠잠하던 우중충한 환경이 기회만 엿보고 있기 때문이라네.

할 수만 있다면 어떤 기막힌 상황에서도 불평불만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말게.

단단해진 내면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깨질 듯 말 듯 실금이 보인 상태라면 흔들리기 딱 좋은 타임임을 기억하게.


거시기.

얼마 전에 짧은 내 생각으로 현재 눈에 보인 그대로의 태도를 판단했던 거 미안하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나의 경솔함을 용서해 주게.

조금 늦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 거 같은데 그새 잊어버리고 보이는 현실에만 집중했네.

실은 나도 지금까지 훈련 중이네.

좋아한 일을 하면서도 빠른 성과를 기대하는 습성이 영 고쳐지질 않아 고민이라네.

느긋한 여유는 말 뿐이고, 내면에선 늘 다그치고, 한계에 다다르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간단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여행 가방 위치를 확인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인 바퀴를 따라가다 보면 꽉 막힌 답답증이 해소되고 비로소 생긴 여유가 몸 안에 수액처럼 퍼질 즈음에.

지나온 무명의 시간도 위로를 받고 앞으로 나아갈 시간도 위로를 받는다네.

이번엔 무엇으로 담아 올 것인가.


그러나

너무 애쓰지 말게.


우리의 감정 따윈 무시한 채 묵묵히 흘러가는 초침 소리에 멍 때릴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세.

조금 특별한 감정 힐링이 되고 난 후

조급한 마음만 내려놓으면 우리의 이름 석자 활짝 웃는 그날 반드시 오고야 말 걸세.

거시기 자네는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네.


참, 다음 주 목요일에 밥은 내가 사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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