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친구가 되어 다오
작년 어느 날 아담한 정원에서 만난 너
애절하게 바라보던 눈빛을 외면한 채 돌아서는데
자꾸만 밟히는 무언가의 끌림
저만치 앞서간 발걸음이 멈칫거린다
부쩍 말수가 줄어든 빈 시간들에게 말동무나 되어줄까
인적이 드문 청계산 자락에 홀로 남겨두고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널 데려와선 다정하지 못했구나
친구처럼 매일 만나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겨우내 쓸쓸하지 않도록 솔잎 이불을 두 세 겹 덮어주던 날
괜스레 코끝이 찡하며 가슴이 울먹거린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봄날을 기다린 표정이 이기적이다
봄햇살이 노크하자 빼꼼히 내민 얼굴에 생기가 가득
도도하게 솟아오른 매혹적인 자태에 점점 빠져든 나
빨간 우체통이 준 기쁨보다 진한 감동의 선물
보잘것없는 나에게 웃음 친구가 되어 준 모란이 좋아
살아낸다, 오늘 주어진 또 하루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