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처마 끝에 매달려 겨우내 함께한다. 추운 날에는 너도 나도 누가 더 자라나 내기라도 하듯이 자라고 뽐을 낸다.
뽐낸 고드름을 심심하면 하나 따서 와드득 와드득 깨물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릴 적 먹을 게 없을 때 아이스크림 대신으로 맛나게 먹었다.
손이 시린데도 어찌나 맛나게 먹었는지 성질 급한 친구는 깨물어 먹고 소심한 친구는 빨아먹고 때론 서로 누가 빨리 먹나 내기도 했다. 누가 더 큰 고드름을 따는지 내기도 하고 칼 대신 고드름을 가지고 칼싸움도 하고 놀았다. 놀다 지치면 고드름을 한입 물고 서로 숨이 넘어가도록 웃어 제쳤다.
코에서는 콧물이 뚝뚝 떨어지고 손은 빨갛게 얼어붙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놀았다.
장갑이 없어도 손이 시리고 코가 시리고 발이 시려도 뭐가 그리 신나고 즐거웠는지 어린 시절은 추위도 모르면서 자연 속의 모든 것이 먹거리 놀잇감이었다.
고드름만 먹은 것은 아니다. 들에 있는 풀조차도 달짝지근하면 먹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자연을 친구 삼아 달리고 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요즘은 고드름조차 보기 힘들다. 주변에서 흔히 보던 고드름이 사라졌다. 추위도 사라지고 오염이 심해서 예전처럼 먹을 수도 없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아마도 이젠 더 이상 손쉽게 보고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리움과 함께 추억이 깊어만 간다. 작은 것들이 이렇게 소중함으로 다가오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처마 끝 고드름이 이젠 다 녹아버렸다. 추억 속으로 숨어버렸다.
한 겨울 고드름 하나 따서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고드름이 먹고 싶다. 아무리 비싼 아이스크림보다 맛난 고드름 시원하고 달큼한 한 입을 깨물어 먹고 싶다. 지난 모든 날들이 겨울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