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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새꽃 Dec 13. 2024

추억의 보물상자

봄날의 추억

봄날의 기억

강원도 산골 버스도 잘 다니지 않았던 곳에서 살아서
추억이 참 많답니다.
봄날이면 유독 많습니다.
언덕뒤에 집이 있어서 애매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서 차를 타기 참 힘들었답니다.
봄이면 더 힘들었습니다. 고개를 넘어서 차를 타야 하는데 고개 이름이 진등고개입니다.
하도 질어서 진등고개랍니다.
봄이 되면 죽탕이 따로 없습니다.
집에만 오면 신발 가득 진흙이 잔뜩 묻고 어떤 날에는 신발 속으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참 봄이면 어딜 가는 게 참 싫었습니다.

지천에 있는 나물을 캐고 뜯고
유독 냉이와 씀바귀 고들빼기가 많았습니다.
나물 캐는 것도 친구들과 경쟁이 붙어서 누가 많이 뜯나 시합을 하고 조금 뜯으면 울상이 되곤 했습니다.
냉이로는 냉잇국과 무침을 해서 먹으면
봄을 가득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사 먹는 음식은 없어서 오로지 들이 내어주는 것들로 먹었기에 지금 생각하니 보약을 먹은 거 같습니다.
돌나물 물김치가 그립습니다.
엄마가 잘 담그셨습니다.
돌나물과 미나리를 뜯어서 소금간과 고춧가루만을 해서 살짝 익혀서 먹으면 깔끔하면서 돌나물 특유의 향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시골을 떠나서 해 먹은 적이 없어서 가끔 그립습니다.
엄마의 손맛이 그립기 때문이겠죠.
진달래를 따 먹고 버드나무껍질을 벗겨서 피리를 만들어 불고 찔레꽃대를 질겅거리며 씹어 먹으면 달짝지근한 맛에 껌 대신 씹어 먹었습니다.
먹을 것이 먹었기에 독이 없는 것은 씹어 먹고
잘못 먹어서 쓰디쓴 사약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뒤돌아 보니 지난날의 소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추억이라 행복합니다.
시골에서 살았기에 많은 추억을 가지고 사는 행복한 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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