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2)
기억하세요.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유혹의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글쓰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요?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에세이란 사적인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안에 크든 작든 깨달음이나 주장이 들어 있는 글입니다.
듣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막상 써보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것은 꺼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누가 써도 상관없을, 관념적이고 뻔한 글을 많이들 씁니다. 인생을 즐겨라,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마라,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은 아주 작은 것이다 등 어디선가 많이 본 글들의 변형 버전을 말이죠. 물론 그중 훌륭한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이야기에는 힘이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읽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그 글이 마음에 들었다면 술자리에서, 커피숍에서, 메신저상에서 지인들에게 그 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애초에 주인공이 없는 이야기라면 어느 누가 그 글을 기억하겠으며 타인에게 어떻게 다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글을 굳이 타인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을까요
자주 가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지금 접속해서 베스트 글들을 살펴봅시다. 전부 놀랍도록 사적이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요? 사람들이 열광한 글들 중 추상적이고 뻔한 글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한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단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는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 너무 거부감 갖지 마시길. 기억하세요.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유혹의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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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즐겁게 쓰면서
‘작가처럼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느낌’을 만끽하는 겁니다.
자, 이제 당신은 글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책상도 정리했고 휴대전화도 뒤집어놨고 컴퓨터에 워드 창도 띄워놨습니다. 주변도 조용해서 집중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입니다. 이제 손가락을 마구 움직여 쓰기만 하면 되는데…… 막상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냅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이런 시간만 반복됩니다. 글을 쓰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이제 컴퓨터를 켜도 워드 아이콘을 클릭하지 않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무엇보다 쓰는 행위가 즐거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앞서 말한 것처럼 대단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넣어두는 게 좋습니다. 잘 쓰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즐겁게 쓰면서 ‘작가처럼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느낌’을 만끽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몇 번인가 반복하다 보면 ‘글쓰기=즐거운 행위’라는 공식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얻게 되지요.
이렇게 즐겁게 쓴 글은 빨리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희열을 한번 맛보면 다음부터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라도 매일 열심히 쓰게 되지요. 반면 심오한 메시지를 억지로 만들어내려다 보면 글을 쓰는 과정도 어렵고 결국 완성했다 하더라도 중압감 때문에 사람들에게 내보이기가 꺼려집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 ‘글쓰기=어려운 행위’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만들어버리지요.
기억하세요.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결과물을 누군가에게 보이기 꺼려지는 것은 내가 즐겁게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즐겁게 쓰는 것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쓰는 것은 그다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