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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는 글, 말하는 글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3)

by 졸쪼 Jul 31. 2018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충분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이 사람 진짜 지독한 완벽주의자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에세이 쓰기 워크숍 첫 시간에 반드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작가는 이 주제에 대해 ‘말해줄 것’인지 ‘보여줄 것’인지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요.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봅시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뭐든 내 기준에서 벗어난 것은 참을 수 없다. 나는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이것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아래와 같이 쓸 수도 있습니다.      




나의 아침 풍경은 늘 동일하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가볍게 이불을 정리한 뒤 냉장고에서 어제 갈아둔 채소주스를 꺼내 마신다. 바로 욕실에 들어가 양치와 세안을 하고 로션을 바르면 여섯 시 십오 분. 옷 방으로 가서 어제 골라둔 옷을 순서에 맞추어 입는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한 번 빗는다. 잠옷을 전용 옷걸이에 걸어두고 시간을 보면 여섯 시 이십 분. 미리 챙겨둔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러 간다. 여섯 시 삼십사 분 지하철, 6-5번 칸. 나는 지난 5년간 이 사이클을 한 번도 어긴 적 없다.    




어떤 글의 화자가 더 생생하게 ‘완벽주의자’로 느껴지나요?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와, 이 사람 진짜 지독한 완벽주의자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말하는 글쓰기는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예를 들면 인문서에 더 어울리는 방식입니다. 물론 에세이에서도 종종 이런 방식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럴 경우 인물이나 상황이 평면적으로 그려지고, 독자에게 상황과 인물을 이해시킨다기보다 주입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나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려고만 한다면 그 글은 나에 대한 사용 설명서, 혹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 알아서들 이해하라”라는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심심해서 제품 사용 설명서를 읽는 시대는 예전에 지나가지 않았나요? 하물며 그 시절에도 잔소리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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