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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4)
문장 혹은 문단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긴 호흡의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문장 혹은 문단이 딱딱해지거나 단조로워지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호흡에 신경 쓰며 글을 쓰다 보면 이건 뭐, 신경 써야 할 게 하나둘이 아닙니다. 이럴 때는 일단 내 마음대로 그 글을 완성해둡니다. 그런 다음 천천히 다시 읽어보며 문단의 리듬을 살려주면 됩니다.
문장 혹은 문단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체로 그런 글은 전체가 평서문으로 적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오늘은 가지볶음을 만들 예정이다. 그런데 가지 모양도 색상도 너무 각양각색이라 어떤 걸 집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옆에서 귤을 담고 있는 판매원 아주머니에게 어떤 가지가 좋은 것인지 물었다. 아주머니는 몇 개나 살 것인지 되물은 뒤 거침없는 손길로 가지를 봉지에 담아주었다.
위의 문단은 술술 읽히지만 어쩐지 재미는 없습니다. 문장들이 한 가지 형태로 나열되었기 때문이죠. 여기서는 문장 몇 개를 명사형으로 마치거나 대화문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문단 전체를 리드미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오늘 메뉴는 가지볶음. 그런데 가지 모양도 색상도 너무 각양각색이라 어떤 걸 집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저, 가지 좀 사고 싶은데 어떤 게 싱싱한 거예요” 옆에서 귤을 담고 있는 판매원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는 “몇 개나 사시려고요” 하고 물은 뒤 거침없는 손길로 가지를 봉지에 담아주었다.
앞 문단보다 훨씬 생생하지요? 이렇듯 약간의 디테일만 손봐줘도 전체의 느낌을 바꿀 수 있답니다. 단, 이 방법은 글을 어떤 분위기로 이끌어 갈 것인지 충분히 고민한 후 적용해야 합니다. 슬프거나 담담한 무언가를 써야 할 때나 부조리한 무언가를 고발할 때는 리드미컬한 문장 구성이 오히려 분위기를 해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