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5)
큼직하고 투박하게 무쳐낸 겉절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습니다.
오늘 아침에 무쳤는지 아삭하다 못해 식감이 뽀득뽀득합니다.
매콤한 고춧가루 사이로 달콤한 즙이 배어 나옵니다.
묘사는 정말 어렵습니다. 쓰다 보면 너무 늘어지기도 하고, 귀찮아서 생략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하지만 에세이든 소설이든, 묘사는 정말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할 때는 ‘OO은 정말 맛있다’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 음식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라든가 주문할 때의 설렘, 향, 맛, 식감, 가게의 분위기 등을 충분히 풀어놓아 독자로 하여금 그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글을 다 읽자마자 지갑을 챙겨 나가고 싶을 만큼이요. 그림이나 영화 관련 글을 쓸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소한 독자가 그 그림이나 영화 정보를 검색해볼 정도로 묘사해야 합니다.
국숫집을 예를 들어봅시다. 제가 자주 가는 국숫집이 있습니다. 김밥집 옆에 있는 곳인데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간판 주변이 헐어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예요. 메뉴는 사골국수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아귀가 잘 맞지 않아 살짝 열린 유리문을 끼익 열고 들어가면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복도 공간만 두고 테이블 네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몸을 모로 돌려 간신히 테이블에 앉으면 늙수그레한 주인 할아버지가 물과 김치를 가져다줍니다.
큼직하고 투박하게 무쳐낸 겉절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습니다. 오늘 아침에 무쳤는지 아삭하다 못해 식감이 뽀득뽀득합니다. 매콤한 고춧가루 사이로 달콤한 즙이 배어 나옵니다. 몇 번 씹지 않았는데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맞은편에 아무렇게나 틀어놓은 TV를 보며 한 젓가락 두 젓가락 겉절이를 입안으로 옮깁니다. 제법 입안이 매워 숨을 습습 들이마실 때쯤 국수가 나옵니다. 주인장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국물이 넘쳐 쟁반을 적십니다.
면 구석구석 국물이 배도록 젓가락으로 휘휘 저은 뒤 한 젓가락 크게 들어 올려 공기 중에 한두 번 가볍게 흔듭니다. 후우우 면을 불어준 뒤 호로로로로로록. 잠시 숨을 참고 뜨거운 김과 함께 면발을 입안 가득 끌어당깁니다. 면발에서 튕겨 나간 국물이 후두둑 볼과 콧등을 칩니다. 뜨겁고 구수한 사골 국물이 양 볼과 목구멍을 촉촉이 적십니다. 허어. 뜨거워. 입김을 내뱉은 뒤 고소한 면을 열심히 씹어냅니다. 그리고 국수를 삼키기 전에 겉절이 한 젓가락. 뽀득뽀득한 식감, 화한 기운, 매콤 짭조름한 맛이 사골 국물의 끈적임을 개운하게 날려줍니다.
이와 같이 ‘묘사’란 읽는 이에게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내가 맛보았던 음식을 설명해주고 싶으면 독자 역시 그것을 맛보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해주세요. 그저 ‘맛있었다’로 끝나는 맛집 소개 방송보다는 찰진 묘사로 오감을 자극해주는 방송이 더 재미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