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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0.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 1화

1화 모험을 꿈꾸는 여름 소녀 -1

“뭐 재미난 게 없을까?”


해나는 오늘도 텅 빈 바닷가에 홀로 앉아서 평온하게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낙원이라고 불릴 만큼 일 년 내내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어, 따뜻하다 못해 더운 열대의 여름나라.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넘치는 해나에게 이곳은 어떤 변화도 없이 매일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똑같이 반복되는 게 파도의 평온함까지도 지겨운 곳이었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이 곳에서 평생 이렇게 지루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은 고생을 안 해봐서 철이 없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했지만, 사실 해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저 이 지겨운 곳을 떠나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여기를 떠나기는커녕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틀에 박힌 생활만 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듣다니 해나는 억울했다.


사람들은 해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녀는 단조로운 이곳을 벗어나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꿈을 꾸었다.


굳이 먼 곳으로의 모험이 아니더라도 이 단조로운 생활에서 그녀를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여기를 벗어나서 흥미진진한 모험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소녀를 둘러싼 사람들은 해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혀를 차며 그녀가 못마땅한 듯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해나, 너는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곳에 살면서 그런 배부른 소리를 하는구나! 이런 곳에서 평화롭게 사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아니?”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해나를 보고 한 마디씩 나무랐다. 그녀는 사람들이 배가 불렀다고 하는 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녀에게는 지금의 상황을 감사할 만한 경험 자체가 없었다.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언가를 경험하고 자기만의 삶을 개척해나갈 기회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배가 부르다니, 오히려 이것은 경험의 결핍으로 인해 나타나는 지루함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고 너무 심심하다고요......”


섬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낚시를 하거나 과일을 채집하거나 비슷한 일을 하면서 살아갔다. 해나는 낚시도, 과일 채집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조금 있던 관심마저도 이미 너무 많이 해버려서 고갈되어 버린 상태였다.


이렇게 단조로울 바에는 차라리 폭풍우라도 불었으면 좋겠다는 남들이 알면 놀랄 못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여긴 너무 지겨워. 어떻게 모두 매일 똑같은 것을 반복하면서 살 수 있지? 차라리 번개가 쳐서 불이라도 났으면 좋겠어.”


“해나 가끔 보면 너 진짜 이상한 거 알아? 난 정말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 가깝다고 생각했던 친구마저도 해나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어느 순간 멀어졌다.


해나는 다시 다가가려 노력했지만 사실 그 애들과 있어도 이해받지 못해서 외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자기 성향을 숨기고 무리에 들어가서 억지로 맞추려고도 해봤지만 너무 지루해서 금세 싫증 났고 자꾸만 하품이 쩍쩍 나왔다.


그녀는 모난 돌이었고, 아무리 자기를 감추려고 해도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게 금방 드러났다.


결국 해나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혼자가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또 혼자야... 다들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달라서 날 안 좋아하나 봐. 나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닌데.”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자 해나는 해변에 외로이 홀로 앉아 나뭇가지로 모래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람쥐 ‘두루’가 해나의 팔을 타고 올라와 어깨에서 해나의 볼에 얼굴을 비볐다.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두루, 너밖에 없구나! 너도 심심하지?”


두루는 해나의 시무룩한 얼굴을 보고 위로해주려는 듯 볼을 핥았다. 해나가 새끼 때부터 보살폈던 터라 두루는 해나를 엄마처럼 따랐다.


두루만큼 해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충직하게 곁을 지킨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해나는 가끔은 두루가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랬다면 두루도 나의 곁을 떠났을까?’


해나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두루가 갑자기 해변을 보고 무언가를 발견한 듯 달려갔다.


"두루,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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