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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2.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5

3. 겨울소년의 답장 -1

여름나라에서 해나는 바론에게서 편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해나는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바론의 편지만을 생각했다.


해나는 바론과 오직 편지를 주고받은 것뿐,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야말로 자기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해나, 그렇게 바다만 쳐다보고 있는 다고 돌고래가 돌아오지 않는단다. 돌고래가 오면 알려주마.”


해나의 부모님은 해나가 기다리는 게 편지인줄도 모르고 돌고래만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몇 주째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바다만 쳐다보고 있는 해나를 딱하게 생각하신 할머니가 해나의 곁에 와서 앉으며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니, 해나? 요즘 통 말도 하지 않고 바다만 쳐다보고 있구나. 너희 엄마 아빠 말처럼 돌고래가 보고 싶어서 그러냐?”


할머니의 다정한 물음에 해나는 바론의 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해나의 할머니는 해나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셨다.


어려서부터 해나는 마을의 해나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넘치는 모험심과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없다고 속상해하곤 했다.


마을 사람들 역시 해나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여름나라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들 한편으론 해나를 괴짜 혹은 이상한 아이로 여겼다.


“그 애는 겨울나라에 산대요. 거기는 일 년 내내 겨울이래요. 눈도 내리고 지금도 눈이 쌓여있대요.”


해나는 들떠서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그래 너는 그 애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구나!”


“네, 돌고래들이 빨리 돌아와서 그 애의 편지를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해나야, 네가 좋은 친구를 발견한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아직 그 애의 답장을 받지 못했지?”


“네. 제가 답장을 한 후로 그 답을 기다리고 있어요.”


“만약에 말이다, 혹시 그 편지가 아주 오래된 것이라서 그 사람이 더 이상 거기에 살지 않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이유로 편지를 네게 못 받거나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없을 수도 있단다.”


할머니는 해나가 너무 오랜 기다림 속에 지쳐서 실망할까봐 미리 경고를 하고 싶었다.


해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나에 꽂히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성격이었다.


지금도 그 겨울나라 소년의 편지에 온 신경이 빼앗겨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할머니는 해나가 어떻게든 자기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해나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자기가 생각지도 못했던 가능성의 출현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기껏 새로운 친구를 찾았다는 생각에 신나했던 해나는 그런 생각에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두워졌다.


‘만약 바론이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옛날 사람이고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그 때, 저기 수평선 너머에서 돌고래 떼가 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무리 중에는 편지를 몸에 달고 있는 돌리도 있었다. 할머니는 풀이 죽은 해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알려주셨다.


“해나야, 돌고래들이 돌아 왔구나.”


“어! 돌리다!”


해나는 일어나서 바닷물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한 시라도 돌리와 바론의 편지를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해나는 바닷물을 첨벙첨벙 물을 튀겨가며 물속으로 들어가 돌리를 맞이했다.


돌리는 병 속의 편지를 담아 가지고 몸통에 메고 있었다. 병 속의 편지는 언뜻 보아도 해나가 썼던 종이와 다른 종이라는 게 보였다. 돌리는 해나의 답장을 가지고 온 것이다!


“돌리야! 다시 편지를 가지고 와줬구나! 고마워!”


편지를 메고 있는 돌리를 끌어안고 외쳤다. 해나는 기쁜 마음에 돌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마에 뽀뽀까지 했다.


할머니도 해나가 답장을 받아서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해나는 돌리가 가져온 병을 가지고 할머니와 함께 자기만의 아지트로 갔다. 진심으로 자기를 이해해주는 할머니께는 뭐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나는 조심스럽게 병을 열어 할머니를 향해 편지를 읽어드리기 시작했다.


“안녕 해나, 답장을 줘서 고마워. 이렇게 새로 친구를 사귀게 되다니 꿈만 같아. 그것도 여기랑 반대라는 여름나라에 사는 너를 알게 되다니 정말 너무나 신기한 일이야.”







해나에게서 편지가 온 이후로 바론은 해나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즐겼다. 바론의 책상에는 해나에게서 온 편지가 수북히 쌓였다.


그 날도 해나에게서 벌써 몇 번째 편지인지 알기 어려운 편지를 받은 날이었다.


바론이 한창 해나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데 창문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며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론의 발치에 누워 잠들어 있던 가루다가 그 소리에 놀라 깨어나 큰 소리로 계속 짖어댔다.


“이상하다? 무슨 일이지?”


바람 소리에 창문이 덜컹거리자 바론은 걱정이 되어 방문을 열고 나갔다. 창문 밖으로는 하얀 눈이 또 흩날리고 있었다. 눈이 점점 심해지더니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눈보라를 제외하고는 오후 3시밖에 안 됐는데도 바깥은 온통 어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살려줘!”


바론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누군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방안의 불빛이 흔들리더니 별안간 꺼지고 창문이 깨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 집뿐만이 아니라 그 옆집에도, 그 옆옆 집에도 불이 켜져 있던 집들에서는 모두 창문이 깨지고 불이 꺼지더니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 이후에는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람이 그들을 삼켜버린 듯 했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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