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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3.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6

3. 겨울소년의 답장 -2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바론은 걱정이 되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론의 곁에서 창문을 같이 보던 가루다가 큰소리로 사납게 짖기 시작했다.


가루다는 두 발로 서면 거의 어른 키만 하다고 할 만큼 몸집이 큰 대형견이기는 하지만, 평소에 워낙 순하고 조용하기로 소문난 개라 그런 모습은 주인인 바론에게조차 낯설었다.


“가루다, 너까지 왜 그래?”


바론은 여간해서는 이를 내보이며 짖지 않는 가루다가 창밖을 향해 앙심을 품은 듯 으르렁 거리자 놀라서 물었다.


그리고 다시 창밖을 보니 비를 잔뜩 머금은 새까만 먹구름 같은 커다란 그림자가 창문으로 다가왔다.


“저게 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자 바론은 머리칼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바론이 그 정체를 알기 위해 자세히 보려고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창문 가까이 가서 그 너머의 어둠을 응시하던 찰나, 어둠 속에서 붉은 눈 같은 게 반짝거리더니 다른 집들처럼 창문이 깨졌다.


“으악!”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튀어 오르는 유리 파편에 놀라 바론이 소리 지르자 방에서 콜록거리며 누워계시던 어머니가 나왔다.


“바론, 무슨 일이니? 이게 다 뭐야?”


검은 그림자는 힘겹게 손으로 벽을 짚고 있던 어머니를 향해 번개처럼 빠르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비명을 지르는 어머니를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집어삼키고는 다시 창문으로 날아 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바론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 엄마!”


바론은 검은 그림자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몸이 벌벌 떨리고 발이 붙박인 듯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머니를 삼킨 검은 그림자는 밖에서 사람들을 삼키고 점점 몸집이 커지더니 하늘로 날아갔다. 한참 뒤 긴장이 풀린 바론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엄마가 잡혀가셨어. 그 검은 그림자는 뭐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어. 근데 어디로 간 거지? 쫓아갔어야 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


바론은 아직도 몸이 덜덜 떨리고 정신이 멍했다. 그는 방금 전 겪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일 같이 믿기지가 않아 자기 볼을 꼬집어보았다.


하지만 볼을 꼬집어보아도 깨진 창문 사이로 바람이 쌩쌩 들어오고 사방에 유리 파편이 튀어있는 모습이 그대로 달라지는 게 없는 걸 보니 꿈은 아닌 듯했다.


잠시 후 밖에서는 오랜만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론은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서 사람들이 말하는 틈에 끼었다.


바론처럼 검은 그림자를 본 사람들 중 연세가 지긋하신 한 할아버지의 말씀으로는 그 검은 그림자는 어둠의 마왕이라고 했다.


“나도 전설로만 들었지 지금껏 직접 본 것은 처음이야. 그런 게 진짜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우리 할멈도 잡혀갔는데 이를 어쩌면 좋나.......”


할아버지에 의하면 예로부터 겨울나라에는 어둠의 마왕에 대한 전설이 있었다.


검은 그림자에 빨간 눈을 한 그는 주로 해가 뜨지 않고 밤이 긴 겨울에 나타나 사방을 어둡게 만들고 사람들을 잡아가곤 했다.


보통 봄이 시작되면 그가 잠이 들면서 점차 그런 일이 줄어들었지만, 어느 해인가는 봄이 되어도 그가 잠이 들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데려가고 모든 것을 얼려 버렸다.


세상은 어둠에 휩싸이고 그에게 잡혀간 사람들을 돌아올 수 없었다.


그를 찾으러 간 사람들도 마왕에게 잡혔는지 돌아오지 못했다.


그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구름에 갇힌 해를 대신해 그림자를 사라지게 하는 빛을 비추어야 한다고 했지만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어둠의 마왕이 맹위를 떨치고, 점점 세력을 확장해서 마을과 온 나라를 집어삼키려 했다. 그는 그 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이 세계 전체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지배하고자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빛의 천사가 나타나 노래를 부르면서 마왕을 물리치고 그들을 구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어둠의 마왕은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다.


긴 잠이 들었던 것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그가 사라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무렵, 그가 갑자기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빛의 천사? 그 빛의 천사가 뭔데요?”


“그건 나도 몰라.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고 나도 듣기만 했어. 천사가 알려준 노래만 계속 알고 있었더라도 어둠의 마왕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천사가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며 불렀다는 노래는 겨울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전래 민요처럼 구전되어 내려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불리지 않았다.


“어쨌든 붙잡힌 사람들이 마왕 손에 죽기 전에 빨리 찾으러 가야 해요!”


바론이 급한 마음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말했지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는 다리를 다치셔서 집 안을 걸어 다니기도 힘드셨다.


몇 달 전 계단에서 넘어진 후로 뼈가 부러져서 붙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옆에서 할아버지를 간병하고 계셨다.


“나는 몸이 이래서 따라가 봐야 짐만 될 것 같구먼.”


남아 있는 사람들 역시 아프거나 아픈 누군가를 돌보느라 떠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혹자는 잡혀간 사람들은 찾으러 가봐야 가망이 없다는 말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왕을 찾으러 갔지만 돌아온 사람이 없어.”


“그래도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요! 다들 안 가시겠다면 저 혼자라도 가겠어요!”


어머니의 약을 구하러 떠나신 아버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바론은 어둠의 마왕에 잡혀가신 어머니를 홀로 찾으러 가기로 했다.


떠나기 전에 바론은 급히 해나에게 이웃 할아버지께 들은 말씀과 자신의 계획을 적어 병에 담았다. 그리고 휘파람을 불어 돌고래 돌리를 불렀다.


“돌리야, 나는 어머니를 구하러 가야 해. 이 편지를 해나에게 대신 전해주겠니? 고마워.”


바론이 말을 마치자 돌리는 고개를 까딱이더니 편지가 든 병을 몸통에 달고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바론은 어둠의 마왕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바론이 떠나려던 찰나, 할머니를 찾으려는 할아버지도 함께 가고 싶어 했지만 바론은 할아버지의 몸이 편찮으셔서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 몸으로 이동하다가는 이동 중에 병이 더 심해질 수도 있었다.


“할머니도 꼭 모셔올게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할아버지.”


썰매 개인 가루다와 함께 바론은 먹구름이 시작되는 어둠의 마왕성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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