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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3.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7

4. 저는 도우러 가고 싶어요-1

해나는 신이 나서 싱글거리며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 말고 점점 이쪽저쪽 눈알을 굴리더니 얼굴이 심각해졌다.


“왜 그러냐, 해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해나에게 물었다.


“할머니! 어쩜 좋아요?!”


해나는 편지를 내려놓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할머니를 향해 소리쳤다.


답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을 때만큼이나 얼굴빛이 안 좋았다. 편지를 쥐고 있는 해나의 양손이 떨렸다.


“왜? 무슨 일 인데?”


해나를 지켜보던 할머니까지 걱정이 되어 물었다.


“바론의 어머니랑 마을 사람들이 어둠의 마왕한테 잡혀갔대요. 그래서 어머니를 찾으러 간대요!”


해나는 자기의 일처럼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못했다. 해나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자 할머니는 해나 보고 옆에 앉으라고 하며 해나를 다독였다.


“해나, 네 소중한 친구가 그런 무시무시한 큰일을 당해서 걱정이 되는 게로구나.”


“네, 지금까지 어둠의 마왕에게 간 사람들이 살아 돌아온 적이 없대요. 바론은 저의 유일한 친구인데 바론까지 잘못되면 어떡하죠?”


할머니가 해나의 얼굴을 바라보자 해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저런 우리 해나가 걱정이 많이 되는가 보구나. 그런 일은 없을 게다. 이 할미와 같이 기도하자꾸나.”


그러나 해나는 기도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할머니, 저는 바론을 돕고 싶어요.”


“그럼 그 애를 어떻게 돕고 싶으냐?”


할머니는 해나의 말을 듣고 해나에게 다시 물었다. 해나의 표정은 무언가 굳게 결심한 듯했다.


“저는 그 애를 도우러 가고 싶어요.”


해나는 이미 바론의 편지를 읽은 순간부터 바론을 도우러 가기로 결심했다.


게다가 그 나라에 전해 내려온다는 어둠의 마왕에 관한 전설도 이상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이 들렸다.


예전에 들은 할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여름나라에도 그와 비슷한 전설이 있었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할머니의 할머니께서 겪으신 일이라고 하셨다.


“너에게 그 애가 소중한 친구라는 것은 알지만 너는 그 애를 잘 알지도 못하잖니?”


할머니는 해나의 결심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으셨다.


“이제부터 알아 가면 되죠!”


해나는 할머니께서 하시는 질문이 물으나마나 한 것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게다가 그곳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너는 여기를 벗어나 본 적이 없잖니?”


할머니는 해나가 태어나서 한 번도 여름나라는 물론이고 이 마을을 혼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름나라에서 겨울나라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어른들 중에도 겨울나라까지 가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갈 수 없는 건 아니잖아요? 할머니의 할머니도 가보셨다고 하셨잖아요.”


해나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이미 해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고 눈이 반짝거리며 그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나는 할머니께서 해주신 이야기 중에서 할머니의 할머니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모험심이 유난히 강했던 할머니의 할머니는 어느 날 홀로 모험을 떠났다가 갑작스럽게 폭풍우를 만나 조난당하게 되었다.


한창 표류하던 중, 운 좋게도 마음 따뜻한 겨울나라 사람들의 배를 얻어 타게 되었다. 그들은 겨울나라로 데려가서 할머니의 할머니를 극진하게 돌봐줬다.


그런데 당시 겨울나라에는 어둠의 마왕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잡아가고 있었다.


겁이 없었던 할머니의 할머니는 사람들과 같이 용감하게 어둠의 마왕에 맞서 싸운 후, 마왕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어 여름나라로 돌아오셨다.


“어휴, 그건 옛날이야기지. 우리 할머니는 원래 이야기를 잘 꾸며서 해주시곤 했단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게 진짜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세요? 할머니도 진짜라고 말씀하셨잖아요.”


할머니는 해나를 만류하기 위해서 할머니의 할머니께서 꾸며낸 이야기인 것처럼 말을 돌렸지만 해나는 믿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해나의 머릿속에 각인된 것처럼 강하게 새겨져 있었다.


“해나 너도 참....... 누가 너를 막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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