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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ka Oct 21. 2020

겨울소년과 여름소녀 그리고 병 속의 편지

1. 모험을 꿈꾸는 여름 소녀-2

“두루, 어디가?!”


해나는 바다 쪽으로 달려가는 두루를 따라 뛰어갔다. 거기에는 돌고래가 모래사장 위에 쓸려 올라와 있었다.


“어? 돌고래잖아? 왜 여기 올라와있지? 이러고 있으면 죽을 텐데?!”


해나는 멈칫하다가 이내 돌고래에 다가가 보았더니 돌고래는 어딘가 상처를 입은 듯했다.


이걸 어쩌지? 해나는 무언가 사건 사고 같은 게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긴 했었지만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해나는 돌고래가 죽지 않도록 일단 바닷물 속으로 살짝 밀어 넣고 이 소식을 전하러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달려갔다.


“할머니! 할아버지!”


해나가 숨 가쁘게 뛰어 들어오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손녀를 보고 물었다.


“아니 해나,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뛰어오니?”


할머니의 말씀에 해나는 멈춰 서서 숨을 헐떡거리며 대답했다.


“저기 바닷가에 돌고래가 다쳐서 누워있어요!”


해나가 바닷가 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말하자 느긋하게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고래는 마을 부족의 상징으로 마을에서는 고래들을 극진하게 보살폈다.


그런데 돌고래가 다쳤다니 큰일이었다. 돌고래가 상처를 입고 죽게 되기라도 한다면 마을에는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디냐? 당장 가보자꾸나! 해나, 네가 앞장서라”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서둘러 약을 챙겨서 해나를 따라 바닷가로 갔다.


해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약초를 달여 전통요법으로 다친 데를 치료해주시곤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아플 때 해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이런, 돌고래가 지느러미에 상처를 입었구나.”


할머니께서는 돌고래를 보고는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늘 하시던 대로 약초를 으깨어 돌고래의 상처 난 지느러미에 붙이셨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을 불러와 돌고래가 다 나을 때까지 안심하고 쉴 수 있도록 바닷가에 망으로 구획을 만들어 자리를 마련했다.


“해나, 네가 발견했으니 네가 책임지고 돌고래를 돌봐주렴.”


할아버지의 말씀에 막대한 책임을 맡은 해나는 굳은 의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런 책임은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 맡는 것이었다.


해나는 자신에게 남들과 다른 중요한 일이 맡겨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했다. 그 일을 맡은 이후로 바로 그녀는 돌고래의 곁을 지켰다.


“안녕, 돌고래야? 너는 이름이 뭐니? 나는 해나라고 해. 얘는 내 친구 두루야. 너는 돌고래니까 ‘돌리’라고 부르는 건 어때? 이제부터 네가 나을 때까지 내가 널 돌봐줄게.”


그 후로 해나는 매일 돌고래를 보러 왔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그 곁을 지키며 돌고래를 보살폈다.


어차피 별 다른 할 일이 없어 늘 바닷가에 홀로 앉아있던 그녀에게는 차라리 할 일이 생긴 게 잘된 일이었다. 해나는 도리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면서 극진히 보살폈다.


“배고프지? 돌리, 너 주려고 이걸 가져왔어.”


해나는 갓 잡은 생선을 가져와 돌고래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그리고는 돌리를 벗 삼아 멀리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두루는 이미 다 들어서 알고 있는 그녀의 소망도 돌리에게 들려주었다.


두루는 이미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터라 새로울 게 없어 그다지 큰 반응이 없었지만, 돌리는 달랐다.


상처를 입고 아파하던 도리는 몸이 조금씩 나아질수록 눈을 반짝이며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돌리는 해나의 말을 알아듣는지 해나가 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도리는 돌고래를 보살피며 해나는 외롭지 않았다.


“돌리야, 이젠 몸이 좀 괜찮아졌나 보구나?! 다행이다!”


돌고래는 해나의 그런 극진한 보살핌 덕분인지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고 조금씩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나는 돌리의 곁에서 수영을 하면서 언젠가 돌리와 같이 바다 멀리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돌리에게 속삭였다.


돌리가 점점 멀리 헤엄칠수록 돌고래 떼가 와서 돌리 주변을 맴돌았다. 돌리는 상처가 다 낫고 기운을 회복하자 슬슬 돌고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듯했다.


돌리가 바다로 돌아가게 되자 해나는 돌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소중한 벗이었던 돌고래가 나은 것은 기뻤지만 떠난다고 생각하자 해나는 슬퍼졌다.


“넌 이제 여기를 떠나 다시 멀리 헤엄쳐 갈 수 있겠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네가 부러워.”


돌리는 그런 해나의 마음을 아는 듯이 해나를 보러 해나가 있는 바닷가로 자주 헤엄쳐 왔다. 그리고 해나를 등에 태우고 헤엄치기도 했다.


그때만이 유일하게 해나가 웃으며 즐거워하는 시간이었다.


해나는 돌리와 함께 바닷가 근처를 헤엄치며 바닷속을 탐험했다. 그녀는 종종 숨을 참는 연습을 해서 돌고래처럼 잠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마음속으로만 꿈꾸었던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는 꿈을 이뤄서 해나는 행복했다.


“아, 이렇게 매일 돌리와 함께 바다를 탐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해나의 능숙한 수영 실력에 돌리뿐만이 아니라 돌리의 친구들인 다른 돌고래들도 그녀가 자기들 무리와 같이 헤엄칠 수 있게 해 줬다.


늘 틀에 박힌 것만 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자 해나는 자유로운 기분이 들어서 즐거웠다.


“해나야,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할아버지께서 요즘 부쩍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해나를 보고 빙긋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네! 돌고래들과 함께 헤엄치면 매일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기분이라 좋아요.”


해나는 여태껏 본 적 없는 들뜬 표정에 즐거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녀에게서는 자신이 돌고래나 새라도 된 듯, 금방이라도 여기를 떠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래, 그렇지만 돌고래들은 이제 이곳을 떠나 여행을 해야 한단다.”


“여행이요? 돌고래들이 여길 떠나야 한다고요?”


돌고래들이 떠나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말씀에 해나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불을 비춘 듯 밝게 빛나던 그녀의 얼굴에서 갑자기 누군가 그 불을 꺼버린 듯 빛이 사라진 것처럼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래, 돌고래들은 원래 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여행을 해야 된단다. 하지만 여길 완전히 떠나는 게 아니라 돌아올 게다.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렴. 또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야.”


할아버지는 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셨다. 하지만 돌고래들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된 해나는 돌고래들이 없는 삶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누구와 그렇게 멀리까지 헤엄칠 수 있단 말인가? 일단 다람쥐인 두루는 불가능했다.


게다가 해나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바다 멀리까지 갈 수가 없었다. 그녀의 삶은 다시 혼자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던 때로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


“돌리, 네가 떠나야 한다니 슬퍼!”


해나가 돌리의 목을 안고 슬퍼하자 돌리는 어느 날 입에 무언가를 물고 왔다. 그것은 자기를 치료해준 해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혼자 남아 외로울 해나를 위한 돌리의 계획 같았다.


“이게 뭐야, 돌리? 나에게 주는 거니?”


돌리는 입에 물고 있는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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