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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완 Dec 23. 2022

제주, 한잔 : 목화휴게소에서 마신 하이트 한캔  

이 곳을 소개해준 장도연씨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가을, 회사에서 좋은 기회가 있어서 2주간 제주살이를 할 수 있었다. 회사가 보유한 리조트에서 2주간 숙박과 일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이었는데, 가기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나 역시 제주에서 (회사 돈으로) 2주살이라니, 매일 제주 바다를 보며 산책하고 맛있는 것들을 먹을 생각에 가기 전부터 엄청나게 두근거렸다. 



제주는 식비가 비싼 편이지만 회사 돈으로 일부 지원되기도 했고, 이왕 지내는 거 맛있는 걸 잔뜩 먹고 가자는 마음에 참 잘 먹었다. 혼자서도 점심에 성게알이 잔뜩 올라간 물회, 고급 초밥, 고등어회, 딱새우회, 한치회를 종류별로 사다 먹었고 리조트 내의 뷔페와 한정식집까지 다 섭렵했다. 그렇게 먹은 수많은 끼니 중 최고의 한끼를 뽑는다면 단연 종달리 휴게소에서 먹은 준치구이와 하이트 맥주다. 




사실 제주 2주 살이는 꽤 외로웠다. 혼자서 5만원짜리 돔베고기 세트를 먹어도, 오션뷰 레스토랑에서 스페셜 코스 요리를 먹어도 그 맛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다.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보내고, SNS에 자랑을 해도 지금 먹은 한입의 맛을 눈을 보며 말할 사람이 없으니 맛은 금방 잊혀졌다. 물론 내가 평소 좋아하는 것들이라기보다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어보겠어, 하며 먹어본 것들이라 더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외로운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되어 친구가 내려왔다. 혼자서는 먹지 못했던 것들, 평일에는 가지 못했던 곳들을 가기 위해 미리 짜놓은 먹스케쥴대로 움직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종달리에 위치한 목화휴게소에서 파는 준치구이였다. 



MBC 나혼자 산다에서 장도연이 들려 유명해진 집인데, 원래 가맥집을 좋아하기도 하고, 방송에 나온 오동통한 준치구이가 너무 매력적이라 저장해놓았었다. 해안도로에 덩그러니 있는 곳이라 차가 없이 가기는 힘들어서 세화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우릴 태워준 택시기사 아저씨는 원래 기사들이 들려서 막걸리나 먹고 가는 곳인데 방송에 나온 이후 가기가 힘들어졌다며 푸념을 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지라 죄송하다고 하며 웃었지만 속으로는 ‘택시기사님들이 가던 곳이라니, 맛이 원래 보장된 곳이군’ 하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도착한 목화휴게소. 방송이 나간지 꽤 되어서 생각보다 사람은 적었다. 바람이 유독 센 날이라 있던 사람들도 금방 금방 일어나 회전율도 빨랐다. 우리는 운이 좋게 문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았는데 양쪽으로 사람들이 바람을 막아주어 춥지도 않고 딱이었다. 가방을 던지며 자리를 잡고는 재빠르게 가게 안으로 들어가 하이트 2캔과 준치구이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자 달궈진 돌에 구워진 통통한 준치구이가 나왔고, 뜨거움을 참고 바로 찢어 한입에 쏙 다리를 물었다. 



통통한 살을 왕창 물자 적당한 쫄깃함이 느껴졌다. 이로 쉽게 끊어질만큼 부드러운 다리를 입안에 우물거리며 짠맛을 즐기고 맥주를 쭈욱 마셨다. 요즘 하이트 맥주를 보기 힘든데, 카스, 테라와는 다른 가벼움이 준치와 아주 잘 어울렸다.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다. 준치구이가 식기 전에 빠르게 한 캔을 더 사왔다. 맥주는 작은 캔으로만 팔고 있어서 처음엔 실망했는데, 마시다보니 계속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어 좋았다. 



해안도로에 대롱대롱 매달려 말리고 있는 준치들 너머로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풍경에 술도, 안주도 계속 들어갔다. 그간 먹었던 어떤 비싼 음식들 못지 않게 맛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혼자서 먹는 것도 좋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은 더 좋다. 단순한 진실을 깨닫고 맥주를 다시 들이켰다. 다음에 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와야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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