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도시 퍼스(Perth). 그리고 그곳의 고기 공장.
20대 초반의 나는 하루 12시간씩 수십 톤의 베이컨을 만들었다.
베이컨에도 종류가 다양한 것을 아는가?
고기 부위, 형태, 크기, 부재료에 따라서 모양도 이름도 제각각이다.
카레도 마찬가지다.
카레를 대표하는 나라만 해도 인도, 스리랑카, 태국, 영국, 일본. 벌써 5개 국이고 여기에 각 나라만의 재료를 더해 다양한 맛과 멋을 뽐낸다.
다시 호주로 넘어와서, 베이컨 팀에는 스리랑카 친구들이 많았다.
11시 30분. 점심시간이 되면 우르르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휴게실로 향했다.
도시락 문화가 당연한 곳이라, 종종 친구들이 싸온 커리를 맛보기도 했는데 솔직히 그때는 입맛에 맞지 않았다.
친구들의 요리실력이 별로였을 수도, 나의 경험이 부족했을 수도, 둘 다 였을 수도.
손으로 카레를 먹는 모습을 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처음부터 밥과 카레를 모두 비벼먹진 않았지만,
적당량을 잘 섞어 손 끝에 올려, 엄지로 쏙 밀어 먹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는 카레를 비벼 먹는다. 그리고 손이 아닌 수저로 먹는다. 김치도 함께 곁들인다.
밥과 카레를 적당량씩 비벼 먹기도, 한 번에 비벼 먹기도 한다.
인도의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고 밥상머리 교육까지 논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방법이 좋다. 그들의 방법도 좋다.
나보다 한 살 어렸던 David, 퇴근할 때 종종 집까지 차를 태워주던 John.
매번 'No Problem.'이라며 화 한 번 낸 적 없는 그들의 소식이 궁금해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