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앉았다. 오른손잡이가 연필을 오른손으로 쥐듯 의식의 흐름데로 생각없이 휴대폰 유튜브 어플을 틀었다. 영상의 선택권은 사실상 없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에게 '평범한 당신도 부자가 될수 있습니다.' 라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클릭하라고 아우성친다. 회사생활의 무료함에 몸서리치고 있고, 이미 꿈이라곤 사라진 텅빈 껍데기 같은 나에게 클릭을 않하고는 못베기는 자극적인 콘텐츠다.
'단군이래 인터넷으로 돈벌기가 가장 쉽습니다.'
'평범한 당신도 부자가 될수 있습니다.'
'월 1,000만원. 당신도 온라인 건물주가 될수 있어요.'
단연 유튜브만 그러할까.서점에 가도 퇴사를 장려하는 책들이 널리고 널렸다. '퇴사장려책'이라는 서적 카테고리가 있는것처럼 수많은 경제서적 및 자기개발서들이 유혹하기 시작한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부의 추월차선'
'가장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
한권 한권이 이 업계(?)에서 전설로 불릴만한 책들이다. 거의 바이블로 추앙받는 책들인데 문제는 받아들일 그릇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독이 된다는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보면서 인사이트를 기를수 있는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생활이 힘들고 쉽게 부자가 되고자하는 열망만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을 외면한 달콤한 속삭임 일뿐이다.살랑 살랑 흔들어데는 꼬리에 나도 모르게 어느순간 넘어가 버렸고, 2018년 1월 새해의 아침이 밝음과 동시에 회사와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당시 나이 32살 이었고, 친구가 떠날정도로 악착같이 모은 돈 3억가량의 돈만이 남겨진 채였다.
그대의 퇴사 고민은 안녕하신가요?
흔히들 어린 친구들을 보고 '너는 세상물정을 몰라' 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대학생활을 하거나 적어도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그제서야 '세상물정 모른다' 는 이야기는 입속에서 들어간다. 정말 직장생활을 하고 스스로 월급으로 밥벌이를 하면 '세상물정'을 알게 될까. 유튜브와 자기개발서에서 속삭이는 '빠르고 쉽게 부자되는 법'에 속아 무작정 퇴사하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돈버는 법을 모두 따라하며 실패한 나의 인생을 돌이켜 보니 '세상물정'을 그때도 몰랐던게 분명하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여 월급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신문기사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 파악하고, 유튜브나 SNS을 통해서 들은 지식이 마치 나의 지식인 마냥 착각할 수 있다. 돈을 버는게 쉽게 느껴지고, 내가 하면 더 잘할것 같이 느껴지는 메타인지 부족으로 인해 나의 인생은 꼬여 버리기 시작하였다. 돌이켜 보면 남들처럼 그냥 생각에서만 그쳤으면 되었을 것을, 다소 충동적으로 행동으로까지 이어진게 다른 이들과 다른 지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세상물정'을 알아가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늘도 회사로 출근중이다.
한강 다리로 그냥 갈까...
퇴사후 자주 들었던 생각이다. '우울증'이라는게 이런걸까? 예전에 나라면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는사람에게'게을러서 그런거야' 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이해가 된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이야기 해서는 안된다. 도저희 아무것도 할수 없다. 아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건 게으름과 단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퇴사후 사무실은 거창하게 임대하였고, 사무실에서 할게 없어서 바닥에 누은채 천장만 바라보며 망상을 하는 비참한 현실을 받아 들여야 했다.
호기롭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박차고 나왔던 회사였지만, 현실에 굴복한채 비겁하게도 1년만에 재취업을 했다. 대차게 사업으로 성공하고 부자가 될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재취업한 회사는 그전에 몸담았던 회사보다 여러측면에서 (연봉, 직장위치, 복지 등) 부족했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퇴사후 사업을 한다고 매일매일 마이너스 인생을 살던 나에게는 회사에서 주는 월급마약이 얼마가 되었건 간절했던 터였다.
꼬였던 인생을 다시 되돌리고 싶었다. 모았던 돈을 까먹으며 보냈던 지난세월을 다시 회복시켜야 했다. 그렇다고 열심히 산것 같지는 않다. 다시 시작된 직장생활은 생각보다 여유가 없었고, 결혼과 자녀출산이 이어지면서 더욱더 여유가 없어졌다. 이미 잃어버린 직장생활 감각으로 재취업한 회사에서는 적응을 하지 못해 직장따돌림을 받았고(받을만 했다), 지켜야 할것이 많았던 탓에 이를 악물고 4년을 견뎌냈다. 그리고 다짐을 하였다. 다시는 무모하게 퇴사를 하지는 말자. 재취업후 조금씩 조금씩 회사일과 미래를 위한 일을 병행해 갔다. 때론 성과가 나기도 하고 때론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전과 다르게 세상의 헛소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굳은살이 생긴덕에, 지금이 있게 됬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질문을 던진다.
"그대의 퇴사 고민은 안녕하신가요?"
퇴사후 흙역사가 나에게 가르쳐준 배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퇴사 고민을 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말이다.그렇게 호되게 당했으면 '이제는 회사에 충실해야지. 회사안은 추운 겨울이지만 나가면 지옥이야' 라고 생각이 들법도 한데, 오히려 '퇴사'라는 생각이 더 명료하고 확고해 지고 있다. 이제는 '준비'와 '방향'의 문제인 것이다.
그간 일어났던 일들이 '뭐 그정도 가지고?' 라고 생각할 만한 실패담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물정을 전혀 몰랐던, 입시준비만 할줄 알고 자기소개서나 면접스킬만을 갈고 닦은게 다인 나의 인생관점에서는 모든게 힘들었고 모든부면에서 왕초보였다. 도매와 소개개념조차 몰라서 물건을 팔아보겠다고 일반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서 '저에게 물건좀 싸게 주세요' 라고 뻔스럽게 이야기 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며 이야기를 써내려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