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차가 좋다. 기차역도 좋다. 곧게 뻗은 철길을 따라 어디론가 쭉 뻗어가는 기차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 나도 그 기차에 올라 타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기차는 내게 여행의 설렘을 전달해 주는 교통수단이다.
기차여행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백팩 하나 둘러매고 기차역에 도착한다. 어딘지 쫓기는 것처럼 말이 빠른 역무원에게 물어물어 기차표를 산다. 기차시간이 다가오기까지 기차역에서 파는 이런저런 기념품을 둘러본다. 기차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급해진다. 미로처럼 거대한 기차역을 헤매 수많은 철로 중에서 내게 맞는 철로를 찾아낸다. 정말로 기차가 오기 전까지는 내가 맞는 철로에 서 있는 것일까 회의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다 기차가 오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만들어 진 대기줄 맨 끝에서 얌전히 내 차례를 기다린다. 기차안에 올라 타 내 자리를 찾아내고, 창 밖을 바라본다. 이제 됐다. 이제 이 기차가 나를 목적지로 데려다 줄 것이라는 확신. 거기서 오는 마음의 평화.
2020년 거짓말처럼 코로나가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확 바꿔놓기 전까지, 선데이수는 기회만 되면 기차 노선도를 꺼내놓고 도쿄에서 기차 타고 어디로 갈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렇게 2018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쌓아 온 여행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기차 타고 떠나는 일본 소도시 여행>에서는 청명한 초록빛으로 기억되는 산 속 마을 고부치자와, 해안선을 따라 평화롭게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즈반도, 봄날의 설산을 체험할 수 있는 '일본판 알프스' 도야마 알펜루트, 그리고 존 레논이 사랑했던 휴양지 가루이자와를 차례로 소개할 계획이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이 답답한 일상 속 선데이수의 여행기로 조금이나마 활력을 얻으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선데이수를 소개합니다.
필자 선데이수는 2018년 초부터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를 기점으로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 주변 소도시를 여행했습니다. 스스로를 '기차 덕후'로 소개합니다. 기차 구경도, 기차 타는 것도 좋아합니다. 신칸센처럼 빠른 기차보다는 느릿느릿 달리는 로컬 기차를 더 좋아합니다. 기차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났습니다. 때로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때로는 단 한 마디의 키워드를 보고 여행지를 결정하는 '즉흥 여행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