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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데이수 Jun 06. 2019

봄날의 설산을 아시나요? 알펜루트 (1편)

20m 높이의 설벽(雪壁)에 이끌려 향한 그 곳, 도야마 알펜루트.

어느 날 일본 TV 여행 프로그램을 멍때리고 보다가 희한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커다란 관광버스가 좁은 길을 굽이굽이 지나가는데, 길 양옆이 버스보다도 훨씬 높은 설벽(雪壁)이다. 심지어 4월 말에 찍은 영샹이라고. 화면 아래쪽에서 '알펜루트'라고 하는 키워드를 알게 돼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설벽 구간 중에서도 높은 쪽은 사람이 많아 사진을 찍으면 사람 반 풍경 반이 된다. 대략 이런 느낌의 길인데, 양옆이 훨씬 높다.


알펜루트는 해발 3천 미터의 명산 다테야마를, 케이블카니 버스니 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올라가볼 수 있는 여행 코스라고 했다.


알펜루트 공식 사이트에서 가져온 코스 안내도. 이렇게 정리가 되어 있으니 더없이 간단할 것처럼 느껴졌다.


자, 해발 3천 미터가 대체 어느정도의 높이인가. 한라산이 2천 미터가 채 안 되고 한반도에서 제일 높다는 백두산도 2천7백 미터가 겨우 넘는다. 지난 여름에 필자가 고부치자와에서 고원열차를 타고 지나간 고원의 기차역 중 최고점(最高点)인 노베야마 역도 해발 1천3백 미터였다. 그때는 그것도 충분히 높다고 기뻐했건만, 다테야마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높다고 뭐 별 게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을러서 죽었다 깨나도 등산은 못할 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등산객이 된 기분이나마 내 볼수 있지 않을까.





알펜루트 여행기는 총 3편에 걸쳐서 적어보려고 한다. 1편에서는 여행계획(교통 숙박 준비물)을, 2편에서는 본격 설산에서 감탄한 이야기를, 3편에서는 도야마에서 먹은 음식과 숙소 이야기를 풀어볼 생각이다.


이런 연유로 이번 1편에는 알펜루트 여행계획을 짠 과정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한다. 요즘 알펜루트는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도 인기가 높아서 정보성 포스팅들이 많이 올라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일까 대부분 패키지 관광으로 진행이 되고,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알펜루트는 직접 가 보지 않고서는 어떤 느낌의 관광지인지 쉽게 상상이 안 되는 장소이다보니 남의 글만 읽어서는 생생하게 와 닿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여행을 계획하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돈도 꽤 들었다.


도야마역에서 다테야마로 향하는 사철(私鉄) 창 밖. 온천이 유명한 동네라 개울물에도 유황 성분이 섞여있어 푸른색을 띈다고 한다.


알펜루트는 4월 중순부터 11월까지만 문을 연다. 겨울에는 워낙 눈도 많이 내리고 해서 출입이 통제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4월부터 6월 말까지는 '알펜루트' 하면 모두가 생각하는 그 '설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기로 가을의 단풍철과 함께 알펜루트 최대의 성수기.


필자는 일본의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 바로 전 주로 일정을 정하고, 이 때라면 장기 연휴 직전에 여행을 계획하기가 부담스러울테니 사람이 좀 없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웬걸, 알펜루트 개장 첫 주말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인파에 뒤섞여 쓰러지기 직전까지 고생을 해야 했다.


산 속이다보니 한두시간 단위로 날씨가 휙휙 바뀌는 재미(?)가 있다. 위 사진을 찍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급격히 흐려졌다.


아차, 알펜루트에서의 고생담은 2편으로 미루고, 일단 1편에서는 도쿄에서 알펜루트까지 가는 교통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는 게 낫겠다.



일단 알펜루트에 가기 전 왼쪽(다테야마, 도야마와 가깝다)에서 시작할지, 오른쪽(시나노오오마치, 나가노와 가깝다)에서 시작할지 결정해야 한다. 전(全) 루트를 왕복하는 방법도 있지만 체력과 비용 소모가 만만치 않다. 도야마에서 출발해 나가노로 돌아가든, 나가노에서 출발해 도야마로 돌아가든 알펜루트는 편도만 구경하는 게 나름 최적의 루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어느쪽이든 비용은 만만치 않다. 가령 도쿄에서 나가노/도야마까지 신칸센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래와 같은 계산으로 순식간에 3만엔이 깨진다.

- 도쿄 → 나가노 : 8,200엔

- 나가노 → 도야마 알펜루트 편도요금 : 9,800엔 (할인티켓인 '옵션권' 이용 시)

- 도야마 → 도쿄 : 12,730엔


고원버스 정류장을 찍어보았다. 이 고원버스도 따로 사려면 꽤 비싼데, 옵션권을 사면 1회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다. 야박하게도 왕복은 안 되니, 매번 신중하게 잘 보고 내려야한다.


아무리 일본이 교통비가 비싸다지만, 국내 이동에 이만큼이나 돈 쓰는 게 아까워서 할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별다른 방법이 없다. 에잇, 뭐 일본이 그렇지. 차라리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 하는 게 맘 편하겠다 싶어, 필자는 그냥 하네다에서 도야마까지 가는 전일본공수(ANA)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 교통비에 대해서는 손을 털었다.


국내선 비행기 요금이 2만5천엔 정도. 그나마 미리 예약해서 이 가격이라니.


도야마역에서 로컬라인 사철(私鉄)이 들어오는 모습을 찰칵. 시골 기차역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다음은 숙소.


4월 중순엔 도쿄도 저녁 7시가 조금 안 되면 해가 지곤 했다. 모르긴 몰라도 산 속에서는 해가 더 빨리 지지 않을까 싶었고, 해 지면 어디든 돌아다닐수도 없겠다 싶었다. 아주 서두르면 당일치기로도 가능하겠지만, 극기훈련도 아니고 여행인데 여유롭게 쉬어가는 편이 낫겠다 싶어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산 꼭대기에 내 한 몸 눕힐곳을 찾는거다 보니 당연하게도 옵션이 많지 않다. 꼭대기 무로도역(室堂駅)에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호텔이 하나 있고, 그 근방에 산장(山荘)이 몇 개쯤 있는 정도. 한 달 반쯤 전에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서 텐구다이라 산장(天狗平山荘)이라는 곳에 예약을 넣어놓았는데, 필자가 예약한 게 그 산장에 남아있는 마지막 방이었다. 손 떨리는 순간. 숙소 역시 인당 15만원으로 생각했던 것 보다 비쌌다. 대신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준다고 하니 산속에서 끼니 때울 걱정은 덜고 좋네 정도로 행복회로를 돌렸다.


필자가 묵은 텐구다이라 산장. 꼭대기 무로도역에서 버스타고 5분 정도 와야 하는 위치에 있어 한적하고 좋았다.


교통비만 35만원에 숙소가 15만원. 왔다갔다 하며 이래저래 쓰는 돈까지 생각해보면 이번 도야마 여행에서 웬만한 해외 나갔다 오는 만큼은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복장 걱정을 안할 수가 없었다. 4월 중순에 도쿄는 이미 겨울외투는 옷장 안쪽에 고이 넣어두고 얇은 자켓이나 걸치고 돌아다닐 날씨였기 때문. 설산의 풍경만 봐서는 당연히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낮에는 영상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해 시름을 덜었다.


그래도 겨울외투는 챙겼고, 안에는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여러 겹으로 껴 입고 갔다. 또 신경쓴 부분은 신발. 눈밭을 걸어야 하는데 보통 운동화로는 어림도 없겠다 싶어 짧은 기장의 장화를 챙겼고 정말 잘한 일이었다. 장화 아니었으면 눈 밟을때마다 찝찝한 기분을 면치 못했을거다 싶다.


역시 알펜루트 공식 사이트에서 가져왔다. 4월부터 6월까지는 이렇게 입고 오라는 것. 필자가 방문한 4월 중순 기준으로는, 요거보다는 조금 더 따뜻해도 될 것 같다.


짐도 가능한 범위에서 최소로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케이블카며 버스며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더라도 여기저기 서 있고 이동할 일이 많은데 짐이 많아봤자 내 몸만 힘들뿐이다. 등산가방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평소에 등산을 즐기지 않는데 등산 아이템을 갖추고 있을 리 없어 아쉬운대로 PVC 재질의 백팩에 옷가지만 챙겨서 출발했다.




선데이수를 소개합니다.
필자 선데이수는 2018년 초부터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를 기점으로 주말이나 연휴를 이용해 주변 소도시를 여행했습니다. 스스로를 '기차 덕후'로 소개합니다. 기차 구경도, 기차 타는 것도 좋아합니다. 신칸센처럼 빠른 기차보다는 느릿느릿 달리는 로컬 기차를 더 좋아합니다. 기차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났습니다. 때로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때로는 단 한 마디의 키워드를 보고 여행지를 결정하는 '즉흥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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