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준점은 중요하다. 기준점이 없으면 막연하고 막막하다. 그렇게 막연하고 막막하게 무작정 떠나온 일상이 어느덧 꽤 반복됐다.
그래도 관측 행위에서는 기준점이 명확하다. 바로 북극성이다.
북극성을 찾아야 관측 시작이 용이해진다. 특히 딥스카이나 태양계 행성 관측이 아닌, 별자리 관측에서 유독 북극성의 소중함은 짙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늘은 도는 것처럼 보인다. 북극성은 마치 압정을 하늘 정 중앙에 찍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북극성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이동한다. 그렇다고 학부생시절 배웠다. 세차운동이라는 단어를 들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이미 나는 천문학과의 학생이 아닌지 한참 되었기 때문에 세차운동이라는 말만 기억나고 그 뜻이 기억나지 않는 사실에 대해 별로 민망하진 않다.
별자리를 촬영하는 날이라면, 북극성부터 모든게 시작된다. 북극성을 찾으면 카시오페이아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북극성에서 카시오페이아까지의 거리만큼, 그 반대편으로 가늠해보면 북두칠성 끝자락도 찾을 수 있다.
북두칠성은 이름처럼 일곱개의 별이지만, 일곱개라고 할 순 없다. 쌍성으로 이루어진 별이 있기 때문이다. 학부생때는 야간 수업을 통해 이걸 학교 망원경으로 처음 확인했었다. 그때의 북두칠성과 지금 보는 북두칠성은 똑같겠지만, 다가오는 느낌은 판이하다.
지금은 내 맘대로 보고싶은 시간만큼 오랫동안 북두칠성의 별 하나하나를 해부하듯 배율까지 조정해가며 볼 수 있다. 망원경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강생도 없다.
게다가 "오늘 관측하고 느낀 점을 적어내는게 과제입니다."라는 단서조차 없다.
처음 관측을 시작했을 때는 북극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밝기 때문이었다. 북극성은 위치가 고정에 가까울 뿐, 밝기로만 따지면 아주 밝지는 않다.
처음 별보기를 시작했을 때는 무작정 망원경과 육안을 번갈아가며 어두운 하늘을 더듬었다. 상대적으로 더 밝은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를 먼저 찾고, 그 중앙 지점 정도를 눈을 희미하게 뜨고 읊으며 북극성을 찾아내곤 했다.
정석대로면 북두칠성의 국자 끝부분 두 별을 먼저 찾으면 된다. 이 별은 각각 '메라크(Merak)'와 '두베(Dubhe)'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두 별의 거리만큼에 다섯 배를, 쭉 뻗어서 이어나가면 북극성이 딱 거기 보란 듯 위치한다.
이 위치는 다시 북극성을 기준으로 정반대편에 위치한 카시오페이아의 더블유 모양 가운데 두 별의 거리만큼 다섯 배를 온 위치와 동일하다.
즉, 북극성을 사이에 두고 북두칠성의 끝 두 별과 카시오페이아의 가운데 두별이 거의 대칭되는 위치에 있다.
어쨌든 북극성을 찾을 때는 북두칠성을 먼저 찾으면 편리하다. 메라크와 두베는 밤 하늘에서 거의 가장 눈에 잘 띄는 별이기 때문이다. 카시오페이아를 먼저 찾는 방법도 있지만, 북두칠성에서부터 찾기 시작하는 것보다 방향을 직선으로 잇기가 어렵다. 북두칠성에서는 딱 메라크와 두베를 자로 긋듯이 이어오면 되지만, 카시오페이아는 약간 틀어진 방향으로 계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시오페이아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구름이나 하늘 상황에 따라 북두칠성이 잘 보이지 않는 날에도 북극성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북극성을 찾아내는 것부터가 하나의 일이었던 하루하루를 지나보내고, 이제는 촬영도 어느정도 노하우가 쌓였다. 녹화된 영상들을 계속 축적하고 다시 보면서, 감만으로도 북극성을 찾아내는게 어렵지 않게 됐다. 밤동안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면 북극성의 존재는 더욱 선명하고 사랑스럽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온갖 천체가 돌고 있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관측할 때 북극성은 처음 촬영 세팅에만 활용되고 그 이후에는 잊혀진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된 영상으로 보고 싶은 별자리를 찾고, 확인하고 싶은 위치를 분석할 때는 꼭 북극성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 지구본을 볼 때 한국의 위치를 기준점으로 삼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정상적인 사회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다.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아니, 이상한 삶을 살고 있다. 걱정하지 않겠다고 그라운드 룰까지 정한 채 뛰쳐 나왔지만, 어찌 사람 마음이 맘대로 되겠는가.
문득문득 북극성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물어진다. 내 삶의 북극성은 어디에 고정되어 있는 걸까. 나는 북극성에서 얼마나 기괴하게 이탈된 걸까. 나는 북극성을 돌고 있는 별들처럼, 정상적인 세상의 궤도안에 다시 올라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