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건강해 보이던
밝고 사랑이 많았던
너무도 착했던
자식밖에 모르던
우리 착한 엄마의 병을
알게 된 지 3개월
그 3개월 만에 엄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됐다.
그때 나는 갓 20살이 되었다.
처음에 1년은 실감 나지 않은 상태로
그다음 1년~5년은 허한 마음에
그냥 그냥
오늘이면 내일이면
나는 언제 죽을까
라며 살았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던 시기에
더 나은 미래라던가
나를 더 사랑하는 마음이라던가
내 세상 전부를 잃은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
조금은 안정을 찾은 나는
좋은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을 하게 되었다.
진짜 행복
마음의 안정
그제야 보이는 나의 꿈
나의 열정
신랑의 밝은 에너지와
따뜻함이
나에게 큰 에너지가 되어
활동적이게 된 것 같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도
정말 정말 행복한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나는 이따금씩
엄마가 떠오를 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다.
돌아가신 엄마의 마지막 얼굴
흰 천이 덮인 엄마의 아직은 따뜻한 온기
마지막 대화를 못한 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거
최선을 다하지 못한 미련들
내가 변했으면
엄마를 더 살릴 수 있었을 것 같은
죄책감.
여전히 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좋았던 기억들이 훨씬 많은데
사랑받은 기억들이 훨씬 많은데
내 안의 아픈 엄마를
나는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네 탓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수없이 말해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죄책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