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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쿵 Jun 16. 2021

네 탓이 아니야



너무도 건강해 보이던

 사랑이 많았던

너무도 착했던

자식밖에 모르던

우리 착한 엄마의 병을

알게 된 지 3개월


그 3개월 만에 엄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됐다.


그때 나는 갓 20살이 되었다.


처음에 1년은 실감 나지 않은 상태로

그다음 1년~5년은 허한 마음에

그냥 그냥

오늘이면 내일이면

나는 언제 죽을까

라며 살았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던 시기에

더 나은 미래라던가

나를 더 사랑하는 마음이라던가

내 세상 전부를 잃은 나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

조금은 안정을 찾은 나는

좋은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을 하게 되었다.


진짜 행복

마음의 안정

그제야 보이는 나의 꿈

나의 열정

신랑의 밝은 에너지와

따뜻함이

나에게 큰 에너지가 되어

 활동적이게 된 것 같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도

정말 정말 행복한 이 순간에도

여전히 나는 이따금씩

엄마가 떠오를 때마다

눈을 질끈 감는다.


돌아가신 엄마의 마지막 얼굴

흰 천이 덮인 엄마의 아직은 따뜻한 온기

마지막 대화를 못한 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거

최선을 다하지 못한 미련들


내가 변했으면

엄마를 더 살릴 수 있었을 것 같은

죄책감.


여전히 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좋았던 기억들이 훨씬 많은데

사랑받은 기억들이 훨씬 많은데


내 안의 아픈 엄마를

나는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네 탓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수없이 말해도

떨쳐버리지 못하는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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