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냉정과 열정사이

ENFJ라 그런가?

by 유작가

내가 냉정한 것: 불의, 사회적 악, 죄, 진리 앞에 옳고 그름, 공평과 정의, 돈 관계, 맺고 끊음, 규칙이나 룰, 양심과 상식,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 집단 이기심, 계산적인 것, 자기 자랑, 비아냥 거리는 것, 흘기는 눈


내가 열정적인 것: 다른 사람을 도울 것, 나의 job, 주어진 과제나 프로젝트, 축구나 피구 경기, 스쿼트 90개 할 때(+왼쪽 런지 동작), 등산, 매일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것(꽤 많은 것들이 포함됨), 손글씨 쓰기, 맞춤법 검사, 청소, 오징어를 씹을 때, 쌀국수를 먹을 때, 레몬청 만들기




두서없이 쓰다 보니 이상해졌지만, 오늘의 주제는 '냉정과 열정사이'다. 열정적이고 따뜻하고 이타심이 강한 것이 엔프제의 특징인데, 때로는 엄청나게 냉정할 때도 있다. 그래서 적어봤는데 싫어하는 것들의 나열 같긴 하다. 대체로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주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불의나 악이나 죄나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것을 참지 못하고 발끈하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다 알면서도 넘어가고, 속으로 잠재울 때가 많아졌지만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기준이 너무나 명확해, 뭔가 선을 넘는 것 같은 상황이 보였을 때 급속도로 냉정해졌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해봐도 나에게는 굉장히 차가운 표정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이런 모습도 사랑하기로 했다. 앞뒤가 꽉 막혀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거나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만 피한다면, 모두가 서로에게 이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서 사람마다 자기 기준은 있는 거 아닐까?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분석과 평가를 통해 나도 나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냉정한 것보다 열정적인 것이 더 많아서 다행. 내 일에 있어서는 목표의식이나 데드라인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칙 같은 것(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생긴 성향 같다)이나, 운동을 할 때 잘 안되거나 죽을 것 같은 동작도 트레이너가 하라고 하면 눈에서 거울 속 나 자신을 향해 레이저빔을 쏘면서까지 이뤄내는 것,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연습이나 훈련들, 내가 직접 쓴 손글씨에 대한 집착, 맞춤법에 대한 강박관념, 청소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체동물인 오징어를 씹을 때,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마늘을 먹은 것처럼 나도 쌀국수를 100일 동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열정.



아! 그리고 최근에 발견한 건데, 레몬청을 만들 때도 나의 열정을 발견했다. 그날 정말 몸이 너무 피곤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인데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며칠 전 쓰다 남은 레몬들이 상할까 봐, 오늘은 반드시 레몬청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무서운 집념에서 열정의 씨앗은 출발했다. 레몬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씻고, 자르고, 설탕을 붓고, 열탕 소독까지 완료한 예쁜 유리병에 담아서 뚜껑을 닫고 흐뭇해하는... 퀭한 눈의 나를 볼 때... 나의 불타는 열정에 놀라면서도 무서웠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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