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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작가 May 10. 2022

오늘의 냉면

국수를 마주하며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맛. 많은 별미들이 있겠지만, 나에게 단연 1위로 생각나는 음식은 냉면이다. 무더운 뙤약볕에 땀이 뻘뻘 나는 날, 냉면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그 순간엔 여름도 한 풀 꺾이는 느낌.


 우리 동네에는 유명한 냉면집이 하나 있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 오토바이로 30분 안에 달려갈 수 있는 곳에서도 늘 배달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름은 '해촌 칡냉면'. 사실 이곳은 냉면 맛도 맛이지만, 다 드신 후 맛이 없으면 100% 환불해주겠다고 써붙여 놓을 정도로 사장님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이곳 냉면을 여름만 되면 먹고 싶게 만드는 이유는, 장사를 4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만 한다는 거다. 원래 이 냉면집은 '창 부동산'이라는 부동산집과 나란히 붙어있는데, 안에 들어가 보면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형태다.


워낙 오래된 맛집이고, 이 동네 터줏대감 느낌으로 자리 잡고 있는 '창 부동산'도 잘 되는 편이어서, 냉면 장사에 굳이 목숨을 걸지 않아도 no problem인 느낌을 준다. 물론, 냉면은 계절 음식 성향이 강해서 쌀쌀한 봄가을이나 추운 겨울에는 많이 찾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겨울에도 냉면을 즐겨 드시는 분들은 예외입니다)


이곳의 메뉴는 단출하다. 물냉면, 비빔냉면, 열무냉면 그리고 만두. 나는 주로 물냉면을 먹는 편이고 약간 매운 게 당길 땐 비냉을 시키지만, 사실 열무냉면도 맛있고 사이드로 시키는 만두도 일품이다. 가게 이름처럼, 칡을 넣어 만들어서 그런지 검은빛이 나는 면발과 그 위에 살포시 얹어진 양지머리, 무김치, 오이, 배, 삶은 계란. 그리고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도는 얼음 육수, 아낌없이 뿌려진 깨까지. 냉면 한 사발을 마주하고 있는 그 순간이 참 뿌듯하다. 기호에 따라 겨자나 식초를 넣어서 먹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냉면 그대로의 맛을 선호한다. 깔끔하고 뒤끝 없는 맛.


맛집을 갈 때 주문한 메뉴를 최대한 빨리 먹으려면, 점심이나 저녁 피크 타임을 피해 아주 일찍 가면 된다. 오전 11:30에 맞춰 가면, 홀에 손님이 대부분 없다. 그때 잽싸게 한 그릇 시켜서 먹고 나갈 때쯤 가족이며 친목모임이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올 때, 나는 여유롭게 계산을 하고 나가는 센스.


잠깐 구글링을 해본 결과, 냉면은 고종 황제도 즐겨먹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은 가위로 국수를 잘라먹기 때문에 냉면이 나올 때 가위도 함께 챙겨 주시지만, 과거에는 긴 국수가 긴 수명을 상징했기 때문에 국수를 자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왕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먹는 냉면. 물냉면을 다 먹고 나면, 다음엔 비빔냉면 먹어야지 하고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입맛을 다시는 건 저만의 생각인가요?


냉면을 대표하는 불후의 명곡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유세윤이 '양꼬치엔칭따오'와 함께 부릅니다. <평양냉면>.


no pain no gain~

no 겨자 no 식초~

It's so cold noodle!

It's so delicious noo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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