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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작가 Aug 28. 2022

오늘의 우동

국수를 마주하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면 마니아들이 많지만, 이웃나라 일본도 면 좋아하기로는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일본 요리 중 하나인 우동. 나는 우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편의점에서 파는 '생생우동', '가쓰오우동'을 좋아하지, 우동 맛집을 챙겨서 찾아다닐 정도는 아니란 소리.


아!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와 함께 갔던 일본 여행에서, 요코하마 국제여객터미널 안에서 먹었던 우동맛... 그건 진짜 너무 좋았다. 한 겨울에 먹는 우동중에 맛없는 우동이 있으랴마는, 뭔가 마음을 따땃하게 덥혔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춥고 낯선 이국땅에서 친근한 면을 먹는 그 맛이 반가웠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우동 맛여행’에 나온 일본 우동 맛집 순례도 한 번 해보고 싶다. 버킷리스트 추가요~!


 한 3년 전부터 가보고 싶던 우동 맛집이 있었다. 그런데 벼르고 벼르다 7월을 며칠 안 남긴 어느 날, 회사에 휴가를 내고서라도 가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많이 지쳐있기도 했고, 날씨는 뜨겁지만 마음은 차가운 나를 온기 있게 덥혀주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우동 한 그릇이 필요했달까. 그래서 한여름에 나는 합정에 있는 '교다이야'에 갔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좀 서둘러서 가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모처럼 황금 같은 금요일에 휴가 낸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알람도 안 맞추고 게으르게 늦잠 자느라 10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지하철 타고 이동하니 11:50에 가게 도착. 명색이 우동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인데 그 시간에 나오다니, 간이 부었지.


 결국 50분을 기다린 12:40 식사를 시작했다. 근처 카페에서 30 정도 기다리다가, 혹시  번호표 30번을 빨리 불러서 순서를 놓칠까  후다닥 나와서 대기하는 사람들에 그제야 합류. 7 말이었지만, 햇볕이 그렇게 뜨겁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일반 국물 우동이 아닌 비빔 우동인 '붓가케 우동' 도전. 기대  초조함 반으로 기다리며, 괜히 알지도 못하는데 비빔 우동 시킨다고 까불었나, 지금이라도 국물 우동으로 바꿀까  번은 고민하다 드디어 나온  우동. , 그럼 맛은? 역시 쉐린 가이드에 나올 만한 우동 맛집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처음엔 계란 비빈 맛이 강해서 약간 비렸지만,   젓가락 먹다 보니 다진 무와 쪽파가 비린 맛을 없애줬고, 쯔유의 맛과 향이 우동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쯔유는 나온 양만큼 부어서  먹었는데 나에겐 짜지 않고 괜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동 국물을 실컷  먹어서 어쩌나 하는 아쉬움과, 면발이 불까  하는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왜냐하면 +쪽파에서 수분이 나와서인지 면이 붇지 않고 자박자박  비벼질 만큼의 국물이 생겼기 때문! 그래서  맛있었다. 먹을수록 양이 줄어드는  아까울 정도로. 기다림은 길었지만 먹는  순식간! 우동 면을 직접 손으로 뽑아서 면이 탱글하고, 면발을 씹다 보면 밀의 향기가 느껴진다.


 다 먹고 나니 한 그릇 더 먹고 싶어 져서 스스로 놀랐지만, 주문하려면 또 1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쉽게 패스. 올겨울에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와서 카케우동도 꼭 먹어보고 싶다. 혼자 와서 두 개 주문하긴 민망하니까 이번엔 단품 말고 반드시 정식으로 주문할 것!


-합정 '교다이야' 사장님! 기분 좋은 우동맛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장사 오래오래 해주세요:)

-우동을 먹어도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 나를 대견하게 여기며. 그동안 시간이라는 약을 많이 먹었나 보다.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저는 교다이야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입니다. 정말 내돈내산으로 먹은 우동에 대한 찐에세이 임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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