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인혁의 서점 앞에서 망설이던 나는 뒤돌아서서 건너편 2층 카페 창가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서점 구석에서 고양이와 함께 앉아있었다. 꽃봉오리가 활짝 피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하듯이 서점 안의 인혁을 그렇게 촬영한다면 고양이가 곁에 와서 인혁의 다리 사이로 돌다가 누워있고, 인혁이 책을 읽다 기지개를 켜면서 찻물을 끓이고 차를 마시는 모습을 꽃 한송이가 피듯 한꺼번에 볼 수 있을 텐데 하고 스텔라는 생각했다. 그가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자기만의 헛간으로 들어가 버린 게 우연이었을까고 스텔라는 곰곰이 생각한다. 소소앱 실행 단계에서 자신이 나타남으로써 인혁의 퇴사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 스텔라는 몹시 씁쓸해지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대학 연구동을 나와서 호수 주변을 걷고는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헛간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는 한다. 예전의 그 보트가 세워져있는지 어떤지, 아무렇게나 던져졌던 먼지떨이가 있는지, 인혁이 음악으로 세상을 건너보라고 연주해주었던 기타도 찾아보고는 했다.
안타깝게도 보트는 사라지고 없었다. 재학생들의 말에 의하면 축제 때마다 호수에 띄웠던 보트였는데 어느 한여름밤 보트에 탄 연인이 말다툼을 하다 그만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한쪽이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그렇게 깊은 호수는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한사람은 살고, 한사람은 죽은 사건이 있은 후론 보트는 사라지고 대신 호수 중앙에 팔각정을 졸업생들 기금으로 세웠다고 했다. 안개가 낀 새벽이면 이승을 떠나지 못한 영혼의 빛이 나비처럼 팔각정 주변을 군무를 하듯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스텔라는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스텔라는 자신이 인혁을 의붓아빠로 착각한 순간의 자신을 잊을 수 없었다. 순간 그녀는 그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은 해가 가도 지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인혁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욕망은 오직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스텔라는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그의 조용한 일상에 균열을 내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변함없이 2층 카페에서 인혁의 서점 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턱을 고이고 있던 스텔라가 의자에서 번쩍하고 뛰어올랐다.
마리아가 인혁의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고양이가 먼저 인혁의 책상 밑으로 숨어버리자 인혁이 읽던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마리아는 서점 안을 빙 둘러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입모양을 읽어보려 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인혁도 마리아에게 미소지으며 서가로 향했다. 그와 마리아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나란히 서가를 향한 채 몇 권의 책을 뽑아들고 그 자리에 마냥 서서 대화하고 있었다. 인혁이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는 동안 마리아는 다시 한번 서점 안을 빙 둘러보다 2층에 있는 나를 보고도 못본 척 그저 뒤돌아서서 카드를 건네받을 뿐이었다. 인혁은 웃고, 마리아도 웃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도 웃고 있었다.
photo by lamb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