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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마는 바닷가 곶같아요

by 이은주 Mar 19. 2025

경미한 뇌출혈이 있은 후 엄마는 말이 없어졌다. 피아노 건반의 도에서 솔까지의 소리가 '도레미파솔'이라면 엄마의 건반은 도를 누른 채 반나절이 지나간다. 낮은 한숨과도 같은 도. 그리고 난 괜찮다고 미, 벌써 봄이냐고 파. 멜로디가 되어 나오지 않는다.

완전한 무음의 단계로 가는 동안 엄마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가벼워진다.

엄마, 저는요. 지금 이 순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놓았을 때 이별하기가 쉽지 않겠어요?

엄마의 이마는 넓고 넓어서 바닷가 곶같아요.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파도. 자연은 말이 없지요. 우리도 말이 없고요. 그렇지만 평화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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