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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un 17. 2024

나이가 드니 몸이 예전 같지가 않네요

"나이 앞자리가 바뀌니까 몸이 예전 같지가 않네."


살면서 어른들에게서 자주 들은 말이다. 내가 혈기왕성했던 20대 때만 해도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40대인 형, 누나들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속으로 아니꼽게 생각했다.


'아니, 나이가 60, 70대도 아니고 겨우 40살밖에 안 넘었으면서 나이 탓을 한대? 본인들이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면서 핑계는.'


계단 오를 때 무릎 아프다고 하는 것도, 무거운 것 들 때 허리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다 남일로만 생각했다. 나와는 전혀 관련없는 일로 여겼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었다.


그땐 그랬다. 지금은 아니다. 요즘 내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이렇게 말하면 내 나이가 제법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나이 37살이다. 어디 가서 나이로 명함 내밀 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확실히 20대 때와는 몸이 완전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언젠가부터 몸이 잘 다친다. 허리를 삐끗하기도 하기도 하고 등에 담이 걸리기도 한다. 무리한 자세를 취한 것도 아니다. 신발을 신으려고 허리를 구부리다가 삐끗하고 계단을 내려가다가도 삐끗한다.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단순한 행동에도 근육이 놀라며 담에 걸린다.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자 연예인이 여성 출연자를 들어올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남자 연예인이 갑자기 체조를 하며 몸 여기저기를 풀기 시작했다. '그냥 번쩍 들어올리면 될 것을 왜 저러지? 나이도 30대밖에 안 됐는데 왜 저렇게 약골이래.' 하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남자의 행동이 이해되고도 남는다. 나 역시 몸을 격하게 움직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일이 있으면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서 몸을 풀어준다. 아침 기상 직후 스트레칭도 기본이다.


몸이 다쳐도 금방 낫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한 번 다치면 잘 낫지도 않는다. 20대 때와는 확실히 회복력에서 차이가 난다. 관절이나 근육이 다쳐도 20대 때는 금세 나았는데 요즘은 확실히 회복이 더디다. 휴식하면 좀 낫는가 싶다가도 다시 아프다.


내가 몸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도 않다. 현재 3년째 헬스를 하고 있다. 56kg의 몸무게에서 운동을 시작해 현재 70kg의 탄탄한 몸을 만들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음식도 건강식 위주로 먹는다. 내가 남들보다 관리를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끼는 게 있으니 바로 피로감이다. 퇴근하고 나면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 저녁 식사 후에는 피로감에 포만감이 더해져 몸과 마음은 더 나른해진다. 그럴 때 곧바로 드러누으면 그렇게 달달할 수가 없다.


몸이 피곤한 건 눈 영향이 크다. 내가 피곤하다고 느끼는 순간 대부분이 눈이 피곤할 때였다. 폰을 자주 본 탓이다. 그래도 20대 때는 폰을 많이 봐도 이렇게까지 눈이 피로하진 않았는데 요즘은 폰을 보면 금세 눈이 따갑고 아프다. 잠자리에 들 때는 폰을 조금만 봐도 눈이 아파서 쉬이 잠들지 못한다. 소등한 이후에는 웬만하면 폰을 보지 않는다.



요즘은 피부도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예전엔 전혀 없었던 기미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주름도 더 는 것 같다. 부쩍 태양을 피하고 싶어진다. 하루에 한 번 발랐던 선크림을 이제는 아침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이렇게 총 2번 바른다. 모자는 필수다. 직장에서 야외 활동 및 작업을 할 때 꼭 모자를 쓴다.


여름 주말 외출 시에는 양산도 종종 쓴다. 어릴 때는 양상 쓰는 사람을 보면 양산을 왜 쓰는 건지 의아했고 한편으로는 유별나 보이기까지 했는데 이제야 양산 쓰는 맛을 알았다. 얼굴에 선크림 듬뿍 발라도 불안하다. 양산을 써야 안심이 된다.



필사적으로 태양을 피하는 더 큰 이유는 탈모관리를 위해서다. 우리 아버지 머리는 벗어졌다. 나도 벗어질 확률이 높다. 탈모가 한 대를 건너는 경우도 있다곤 말하지만 나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할아버지도 머리가 벗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머리도 벗어질 확률 99%다. 탈모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자외선이라 하니 되도록이면 머리에 햇빛을 맞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부터 숱이 많이 줄어든 게 느껴졌다. 숱만 줄어들면 다행이다. 머리카락도 얇아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머리카락이 더 약해지니 탈모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10, 20대 때만 해도 머리숱이 굉장히 많았다. 그땐 숱이 많은 게 덥수룩해 보여 숱이 좀 없었으면 하고 바랐다. 숱이 없길 바랐다니, 그게 얼마나 정신 나간 바람이었는지 지금에서야 새삼 느낀다.



몸 껍데기만 나빠지는 게 아니다. 위장도 예전 같지가 않다. 소화력이 많이 떨어졌다. 20대 때는 소화력이 왕성한 편이었지만 30대가 되면서부터 소화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예전처럼 과식했다간 큰일난다. 종일 속쓰림에 몸부림친다. 먹는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몇 년에 걸쳐 드디어 소식하는 법을 터득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나이 지긋한 노인이 무례한 젊은이에게 "니들은 안 늙을 줄 아냐?" 하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럴 때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안 늙을 거라고, 늙더라도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늙을 거라고 말이다. 택도 없는 소리다. 이 나이에 벌써 이렇게 몸 여기저기가 닳게 될 줄이야. 서럽다.


무릎이 아파 마음 편히 쭈그려 앉지도 못하고 계단도 조심해서 사뿐사뿐 걸어야 하는 이런 내 몸뚱아리지만 어쩌겠는가. 살살 달래가며 쓸 수밖에.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지. 이보다 더 아프지 않음에 감사해야지. 그것이 삶의 지혜일 테니까 말이다.


나이가 드니 몸이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말했던 인생 선배들이 눈에 스친다. 몸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라며 큰소리쳤던, 오만방자한 내 모습도 떠오른다. 부끄럽기 그지없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선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고 하더니, 겸손함을 배우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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