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번 낳아봐라
아빠는 할머니를 뵙고 돌아오는 길에 종종(아니 거의 매일)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괜히 왜 있는 줄 아냐,....'
그런 말을 왜 하는 걸까?
매번 저런 말씀을 하시니 아빠의 말이 정답이라면 아주 어릴 때에는'나는 그럼 아기 안 낳을래'라는 생각도 했었었다. 당연히 부모를 공경해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아빠 힘내세요 라는 동요를 듣고 자라온 나에게는 효가 아닌 내리사랑이 커진다는 건 무언가 모를 슬픈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아온 나에게 아이가 생기고,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엄마는 '엄마가 보고 싶다..'라는 말을 종종 하신다. 살아계셨을 때는 나도 몰랐다라며. 나도 사실 지금 부모님이 보고 싶다란 생각을 안 하게 된 지가 오래된 것 같다. 멀리 계시지도 않을뿐더러, 한 달에 한번 뵈면 많이 봤다..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인지..
근데 아이라는 존재는 어떠한가,
'잘 다녀와~ 오늘도 조심히, 밥도 잘 먹고!'
배웅인사를 하자마자 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는가.
그래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는데, 내리사랑이라는 단어보다는 그냥 사랑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닐까 싶다. 신기하긴 하다. 내 배 아파서 낳은 나의 자식과, 나를 배 아파서 낳아준 부모.. 앞 문장만 보면 후자 쪽을 더 사랑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더 나이가 들고, 거동이 불편해지시거나 아이가 되어가는 노모를 모시지 않고 병원이나 기관에 맡기는 걸 보면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뭔가 슬프고 마음이 먹먹한 것 같다. 기꺼이 손주, 손녀들을 아이고 무릎아, 아이고 허리야 하면서도 키워주고, 길러주는 내리사랑이란 참 대단한 놈인 듯 하다.
내리사랑의 반대말이 올리사랑이라고 하는데, 나도 처음 들어봤고 모르는 사람이 대개일 것이다. 올리사랑과 내리사랑이 공존하며 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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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왜 그때 저런 말씀을 하셨을까?
연중행사로 시간을 겨우 내어 뵈러가는 길이 즐겁지 않으셨던 걸까? 여기아프다, 저기아프다, 병원엘 좀 보내달라.. 신세한탄을 들어주는 일이 유쾌하지 않으셨던 걸까? 그럼에도 자식에게 들어가는 돈은 척척 아까워하지 않고 내놓는 그런 상황이 뭔가 모르게 기분이 유쾌하지 않으셨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