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은 누가 읽어줘요?

대나무 숲이 필요해

by 비오이영

이토록 독서를 많이 했던 적이 있었던 가.

주변에 육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어디 물어볼 수도 없고 다행히 유튜브나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찾아볼 수 있지만, 이 정보 속들 중 진위를 가려내는 것은 나의 판단.


수시로 깨는 예민한 아이를 키워가며 통잠자는 법, 수면교육, 왜 자꾸 토하는지, 예방접종 종류 중 어떤걸 맞아야 하는지, 개월 수마다 어떤 자극을 줘야 하는지..... 피로도는 쌓여가고, 아이가 잘 때 자라고 했지만 엄마를 자꾸 때리는 아이는 왜 자꾸 때리는지,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 발달단계에 맞추어 가르쳐줘야 할 텐데 도무지 아무것도 모르겠고 잠은 부족하고,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라더라.

왜 힘든지, 누가 그렇게 속상하게 했는지, 화내지 말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읽어주라더라.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혼자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아니, 걸어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맴맴 도는 기분이었다.


혼자 있는 것 같은데, 혼자 있고 싶었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랑 24시간 내내 같이 있던 시절....)



기저귀를 갈라치면 거부하는 통에

소리를 질러버린 적이 있었다.


"제발 좀 가만히 있어!"

.

.

.

.

.


소리를 지르고 나서는 내가 미쳤나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육아를 하면서 지금도 그렇지만,

제일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건 죄책감이었다.


분리불안이 심했던 아이를 두고

쓰레기라고 버리려고 다녀오면 울고불고 있던 아가를 보며 또 죄책감.


누가 낳아달라고 했나,

내가 낳겠다고 해놓고 잘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내 모습은 온 데 간데없었고.


물이 마를 새 없는 손에는 주부습진인지 모르는 구멍이 뽕뽕 나있는 피부 벗겨짐 증상과,

거칠어진 머리카락과 얼굴에는 덕지덕지 묻은 기미인지 주근깨인지 모르는 색소 침착,

목덜미와 가슴팍에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점들(찾아보니 편평 사마귀란다.)


나의 존엄성은 이미 저 멀리 가버린 지 오래,

엄마 앞에서도 발가벗지 않던 나였는데 아이가 울어대니 화장실 문은 그냥 액세서리였다.

"화장실, 24시간 오픈 중"



자연분만은 선불제, 제왕절개는 후불제라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했던 나는 회복이야 좀 빨랐지만 후불제로 요실금이 찾아왔다.



힘들다고, 나 힘들어 말도 못 하겠더라.

여린 친정엄마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힘들어 보인다고 매일을 걱정 속에 사는데 어찌 거기다 대고 힘들겠냐고 하겠냐, 아직 결혼을 못한 친언니에게도 나도 육아를 해보니 해보지 않고서야 절대 모를 이 힘듦을 말해봤자 벽에 소리치는 것 같았다. 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내 아이는 내 손으로 키워야지 하는 고집스러운 나의 육아관이,

나도 모르게, 나를 점점 더 옥죄어왔다.


어느 날 신랑과 시어머니의 통화가 들렸다.


'뭐가 그렇게 힘들다니 걔는'


아직도 그 말이 잊히지 않고, 힘들 때마다 그게 떠오른다.

힘든 건 주관적인 거고, 감히 그게 왜 힘드냐는 말은 본인이 되어보지 않고서야 하면 안 되는 말이었다.



나도 스스로에게 수십 번, 수백 번, 수천번을 물어봤다.

왜 힘들어? 왜 그렇게 힘들어, 니 애를 키우는데

저렇게 이쁜데, 지금 그 순간 돌아오지 않아.

충분히 이뻐해야 해.


저런 말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많이 힘들지?

근데 지금 참 이쁠 때다? 근데 그때는 몰라,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주변에 육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저렇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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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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