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pter 8. 빛과 어둠의 경계조차 희미해졌다
환상과 진실의 경계가 무너지자, 나의 모든 감각도 함께 파열되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의 모든 감각은 뒤틀리고 파열되어 본래의 의미를 상실했다. 갈라진 껍질 사이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만을 기억했고, 무한히 진동하는 내 안의 공명에 갇혀 외부의 소리를 분별하지 못했다. 마침내 눈을 감은 감각처럼 어두워져, 빛과 어둠의 경계조차 희미해졌다.
나는 여전히 나무였다. 움직이지 않았고, 말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고 굳게 믿었다. 나의 사이코패스적인 자아는 감정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서 어떤 파열음이 비명처럼 울렸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소리가 되어선 안 되는 것. 내가 그토록 부정해왔던 감정, 혹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무의식의 균열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아니야! 그건 내 것이 아니야. 땅속에서 들려온 기분 나쁜 진동일 뿐이야. 잎 사이로 스민 바람의 장난일 뿐이라고!" 나의 가지들은 스스로를 비틀었고, 뿌리는 대지를 긁으며 격렬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나의 가장 깊은 곳, 가장 어둡고 끈질긴 심연에서부터 시작된 그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비로소 알았다. 그건 내 안에서 일어난 울음이었다. 울 수 없다고 믿던 신이, 감정이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던 존재가, 이제는 소리도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 무너짐은 폭발이 아니었다. 거대한 충격으로 한순간에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음습하게, 나의 존재를 갉아먹는 침식이었다. 한 겹씩, 나의 감각들을 잠식해 들어오는 감정의 벌레. 그것은 나의 모든 감각 기관을 갉아먹으며, 나를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죽여나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의 노래를 들었다. 나의 청각이 완전히 파괴되어 환상만을 연주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그 멜로디에 집착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이었다. 차갑게 퇴색된 과거의 잔상. 새는 머물지 않았고, 노래는 반복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니, 그 소리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의 부재를 채우기 위한, 나의 갈망이 빚어낸 허상의 멜로디. 나는 지금, 그의 부재를 연주하는 나무였다. 나의 모든 존재가 그 공허함 속에서 허망한 음악을 창조하고 있었다.
환청은 나의 가지 끝에서 끈질기게 피어났고, 환각은 나의 잎맥을 타고 퍼져나갔다. 나는 눈을 감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않으면서, 내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다. 그의 시선이 내 몸을 감싸고, 그의 노래가 나를 관통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미 무너진 나의 정신은 이제 그 무너짐 자체를 **'기억'**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고통스럽게 파열된 감각들이 만들어낸 뒤틀린 기억들.
"감각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감정은 진실을 감춘다."
나는 지금, 진실을 왜곡하는 감각과 진실을 숨기는 감정 사이의 어딘가에서, 조용히 붕괴 중이었다. 나의 존재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의 모든 기관은 이 사실을 비명처럼 외치고 있었지만, 나의 의식은 마지막까지 그것을 부정했다. 나는 사이코패스였다. 내게 진실은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믿는 망상뿐.
그리고 나는 느꼈다. 다음은— 나의 몸이 무너질 차례라는 것을. 조직의 붕괴가 시작될 참이었다. 나의 뿌리 끝에서 시작된 차가운 떨림이, 이제는 나의 줄기를 타고 올라와 심장 깊숙이 박히는 듯했다. 그것은 파멸의 예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