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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이목 Oct 06. 2024

잔혹동화

침대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커피를 마셨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뜨거운 액체의 온기가

금세 전신을 돌아 발끝까지 열이 올랐다


점심을 먹고 나선 언덕을 넘나들며 달렸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포기하고 싶었지만

목적지에 다다른 후 개운함은 잊지 못한다


사과를 깎다 검지 손가락을 베는 바람에

송골송골 스며 나온 핏방울이 소매를 적셨다

상처를 틀어막자 다행히 피는 빠르게 멎었다


오늘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왼쪽 가슴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귓속에서 둥둥 북을 치는 것만 같다


생각을 마치고 바로 침대에 누울까 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지친 몸을 일으킨다

복도를 따라 덜커덕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장 구석진 곳 단단히 문이 잠긴 방 하나

지저분한 책상을 살피다 조각칼을 쥐어 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코를 한 뼘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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