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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이목 Oct 13. 2024

추억 속에 고이 잠드소서

흔들의자에 깊숙이 등을 기대앉으니

호선을 따라 몸이 둥글게 흔들린다

길게 늘어지는 세월의 소리를 들으며

손때가 탄 팔걸이를 살며시 매만져 본다


그동안 어떤 고민을 달래주었나

흔들의자는 비밀을 지키려 삐걱삐걱 앓는 소리만 낸다


나는 삐뚤어진 이음새를 신중히 두드린다

팔걸이에 색을 입히고 그늘 속에 앉힌다


제 역할을 잃어버린 책장의 텅 빈 가슴 속엔

책 대신 하얀 먼지만이 소복하게 쌓여있다

세상 온갖 지혜의 무게를 견디고 견디다

끝내 우묵하게 휘어져 버린 선반이 위태롭다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었나

책장은 스스로 진리를 찾으라 입을 굳게 닫고 침묵한다


나는 선반을 들어내고 반듯한 나무를 끼운다

먼지를 닦아 책장 본연의 빛깔을 선사한다


겨우 무릎 남짓한 높이의 작은 책상에서

흡사히 새것처럼 반질반질 윤이 난다

굳이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나는 책상을 쥐고 무너지듯 고개를 숙인다


그 어떠한 사정도 물을 수 없다

저도 가슴이 메는지 상판 위로 눈물이 방울방울 고인다


어느덧 굴뚝을 타고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른다

겹겹이 쌓인 무수한 기도에 내 바람을 덧입힌다

탈 없이 제 갈 곳을 찾아가라 소망에 화답하듯

가느단 회색 길이 굽이굽이 날아 하늘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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