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침대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커피를 마셨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뜨거운 액체의 온기가
금세 전신을 돌아 발끝까지 열이 올랐다
점심을 먹고 나선 언덕을 넘나들며 달렸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올라 포기하고 싶었지만
목적지에 다다른 후 개운함은 잊지 못한다
사과를 깎다 검지 손가락을 베는 바람에
송골송골 스며 나온 핏방울이 소매를 적셨다
상처를 틀어막자 다행히 피는 빠르게 멎었다
오늘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왼쪽 가슴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귓속에서 둥둥 북을 치는 것만 같다
생각을 마치고 바로 침대에 누울까 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지친 몸을 일으킨다
복도를 따라 덜커덕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장 구석진 곳 단단히 문이 잠긴 방 하나
지저분한 책상을 살피다 조각칼을 쥐어 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코를 한 뼘 잘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