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마태복음 7:2)
모든 불행의 시작은 그 소녀를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나의 손길을 신의 은총으로, 나의 대답을 신의 계시로 여기는 어린양들을 돌보며 나는 이 작은 천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소녀는 날카로운 갈고리로 내 목덜미를 꿰어내 기어코 지옥의 불구덩이로 떨어뜨렸다.
돌연 나타난 그 소녀는 내 가슴에 코를 박았고 나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저 얄미운 코를 쥐어 비틀면 일찍이 썩어버린 내 창자의 악취를 숨길 수 있을까. 혹, 아예 베어 내버리면 다시 나만의 천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따금 소녀가 나를 가만히 응시할 때면 나는 밤이 새도록 잠을 설쳤다. 나는 생각했다. 나의 말랑하고 연약한 뇌가 으깨지기 전에 저 눈을 가려야 할까. 혹, 음습한 사념을 들키기 전에 저 눈을 뽑아내 버리면 감사로 가득했던 삶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나의 계획을 비웃듯 소녀의 입꼬리가 잔인하게 올라간다. 나는 생각한다. 온통 발가벗겨져 세상에 나의 추함이 드러나기 전에 저 입술을.......
저 입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