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여행 에세이 6
"저기...... 소 좀 그려줘."
"뭐라고?"
"소 한 마리만 그려줘."
"부탁이야, 소 한 마리만 그려줘......"
"안돼. 이 소는 병들었잖아. 다른 걸 그려줘."
"잘 봐, 이건 내가 말한 소가 아니야. 수소네. 뿔이 있잖아."
"이 소는 너무 늙었어. 나는 오래오래 함께 살 소를 원해."
그때쯤 내 인내심이 바닥났다. (...)
그래서 슥슥 이렇게 그려서 던져주며 말했다.
"이건 소가 사는 상자야. 네가 원하는 소는 그 안에 있어."
꼬마 재판관의 얼굴이 환해지는 걸 보고 나는 무척 놀랐다.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소야! (...)"
나와 어린 왕자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순결하구나. 들꽃같구나. 나는 느낄 수 있어, 너 마음이 슬픔에 가득 차서 깨끗이 씻겨져 있는 것을.
우리의 농부에게 이처럼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었다는 얘기를 저는『토지』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용이라든지 영팔이 같은 인물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부여했던 것입니다. 비록 농부지만 범접할 수 없는 자의식. 이런 것을 그네들한테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보리죽을 먹어도 인간으로서 비천한 것을 못한다는...
"내가 생각하는 토지는 농민만을 연관시킨 건 아닙니다. 소유의 의미와 생존의 뜻도 포함돼요. 원시적인 인간의 내면과, 특히 농민들이 갖는 계층을 초월한 인간의 존엄성 같은 걸 천착해보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