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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Aug 25. 2020

책을 짓다

내 인생의 책 한권

취재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오래 지나도록 여운이 남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런 이들은 남을 향한 긍휼지심에 특별한 유전자를 타고난듯하다. 지난번 시각장애인 모임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한 사람을 만났다. 방금 언급한 것처럼 향기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임에도 모 대학의 석사과정을 마쳤고, 안마사 수입을 사회에 환원하며 사회적으로 수많은 봉사의 현장을 꾸준하게 지켜왔다. 조만간 만나기로 했으니 개인 인터뷰를 통해 수상의 소감을 더 내밀하게 직접 들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혹 책을 발간해보면 어떨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인물이다. 필자가 취재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당사자들의 수많은 잡지나 신문에 실린 내용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일정 부분 스폰서 역할을 해서 게재된 경우가 많았다. 화려한 프로필과 업적이 나쁠 이유야 없겠지만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한 전리품이라면 그 가치는 오히려 줄어들고 만다. 넓고 푸른 바다처럼 남을, 이웃을 품는 이야기가 풍성하다면 그것이 인생의 맛과 멋이 아니겠는가. 


‘어떤 장소를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아직 못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등의 광고성 문구를 보았다. 필자가 출판사를 등록하고 드는 생각은 ‘책을 못 내본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본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3권 정도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아낸다면 하는 바램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 더 크고 넓게 영역을 확장해나가고자 한다. 필자는 가난했지만 책을 귀하게 여기고 책을 읽었던 세대의 품안에서 원하는 만큼 책은 읽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음에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안타까움을 깊이 느끼고 있다. 


문화가 있는 삶은 매월 한번 공연을 보거나 전시장을 찾는 것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일천한 실력이지만 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북돋워주고 그들의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려한다. '조금 더 이익보느냐 손해보느냐?'의 접근보다는 책을 지을 수 있도록 조력해 장차 문화의 전도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근현대에서 교양이라는 말은 빌딩이라는 말과 같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짓고 건설하는 것이 교양이라면 우리도 이제 책을 읽음으로써 교양을 넓혀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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